맹교감, 추월하다
 
정성수 시인


정말이지, 남의 뒤를 따라간다는 것은
죽기보다도 싫다. 맹교감은
핸들을 확 좌로 꺾어
중앙선을 넘어서 앞차를 추월했다.
뱃속이 다 시원하다.
맹교감은 늘 이런 식이었다. 평교사 시절에도
매사에 앞장을 서야 직성이 풀렸다.
학교 일은 자기가 아니면 안되고
술자리도 되도록 많이 만들어 좌중을 흔들었다.
수첩의 깨알같은 윗사람들의 애·경사는
한 건도 놓치지를 않았다. 그러다 보니
손금이 다 닳아 보이지를 않았다. 당연히
교감도 빨리 되었다. 교장 강습도 일찌감치 끝내놨다.
이번 9월 1일자에는 교장 발령이 난다. 그것도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힐끗, 룸미러를 보면서 뒤에다 대고
한 마디 뱉었다.
"이놈들아. 나보고 "맹" 하다고?
조또 모르는 새끼들이, 까불고 있어"

이런 맹교감을 보고 중앙선이
엘로카드를 들어보이며 경고를 한다.
"맹교감, 조심하게.
잘못하다가는 인생도 추월하는 수가 있어
이 사람아, 정신차려"



기사입력: 2004/06/04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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