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지리에 두고 온 生
 
정성수 시인



혼자서 저녁을 끓여 눈물을 말아먹고
방가운데 벌렁 누워
낮은 천장의 허물어져가는
백열등을 바라봅니다.
혼자서 밥을 끓여 먹는다는 것은
나에게는 적어도
생을 끓여 먹는 일입니다.
함께 누울 세상이 없어
쓸쓸하다는 생각이 먼저 와 곁에 누우면
지나가는 바람소리에도
명치끝이 아파 오고
창문 위에 잠시 머물다 가는
초롱한 저녁 별.
바람은 또 어디로 가는지.
덕지리의 가을밤은
낙엽 같은 이불을 끌어당겨
별밭으로 나가
잃어버린 나의 별을 찾습니다.

***시작노트 : 어딘가에 삶을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 돌아보면 얼마나 눈물이 많았던가. 때로는 무릎을 꿇고 실어도 인연의 끈이 너무 질기게 삶을 동여맨다. 밤하늘 별에게 묻자. 얼마나 더 많은 날들을 울어야, 아침이 오는지.

기사입력: 2004/06/10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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