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花歌
 
정성수 시인



꽃집에 들렸다.
주인 아가씨 보다 더
예쁜 꽃들이 반긴다.
꽃 한 다발을 가슴에 안으며
생각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꽃이 피기까지
얼마나 고통이 컸을까.

상처에 절망하면서 꽃은 피었다
수고를 참아 낸 날들이 꽃이 되었다
멍든 가슴마다 힘든 두 팔 마다
가득가득 안기여라, 꽃이여.

아가야, 울지 말고 이 꽃을 봐라.
바람에 온 몸을 맡겨야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꽃은
가장 낮은 곳에 피어서 가장 멀리
꽃가루로 흩어진단다.

고통 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뿌리 없이 서 있는 꽃이 어디 있으랴.





기사입력: 2004/06/11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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