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하나
 
정성수 시인



담장 넘어 목련
꽃그늘 흐드러지게 고여있는 마당.
꽃다운 처녀가 목련 아래
우물가에서 양치질을 한다.
입안 가득 봄이 하얗게 차오르면
목련을 삼키는지
하늘을 삼키는지
뒤로 젖힌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집.
대문 밖에는
한 참을 기웃거리던 총각 우체부
속터진다는 듯, 편지요-- 소리치면
토방 아래 흰둥이가 봄을 늘여
기지개를 켜고
빨간자전거 방울소리 안타깝게
사라져 가는 고샅을 밝히는 목련의
뼈있는 한 마디
이 놈들아, 너희가
시치미를 떼면 누가 모를 줄 알고
하는 짓거리를 보면
나는 안다. 세상이 다 안다며 환히 웃는다.

***시작노트 : 하루종일 후덥찌근한 날에는 잊어버린 친구를 찾아 나서자. 지난 봄을 건너오는 길가에 주저앉은 친구를. 빨간 자전거를 타고 꽃길을 가며 쓸쓸하게 웃던 친구야, 지금 어디쯤 가고 있니?


기사입력: 2004/06/13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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