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
 
관리자



리어카 가득 무우들이 실려간다.
희멀건 하고 짜리 몽땅한 것이 영락없는
춘자란년의 다리다.
고년이 나를 차버린 그 다리.
초등학교시절, 하교를 하면서
냉이 아저씨네 밭머리에서 팔뚝만한
무우를 뽑아 한 입씩 물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던 고년이
다리가 무우처럼 굵어지고
방(芳)딩이가 펑퍼짐해지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눈을 아래로 깔고 나를 보면서
서울로 시집가게 됐다고
능청스럽게 말하더라고.
그것도 그믐밤 정자나무 뒤에서.
지금쯤
김장무우를 다듬으면서 나를 보듯이
무우를 바라보는 고년이
내가 무우밭옆을 지나갈 때는
고개를 돌린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죽어도
무우김치는 안 먹는다는 것을.
순경마누라만 아니면
쫓아가서 확 요절을 내고 싶지만.


기사입력: 2004/11/27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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