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鬱憤
 
관리자


세상에는 미운 놈들이 너무 많다.
세상에는 손봐줘야 할 놈들이 참 많다.

이 놈들을
오늘은 손봐주리라 작심을 하고
꼭두새벽에 수도간으로 나가면서
옷소매를 걷어붙였다.
마음의 칼을 빼들었다,
아직은 쓸만한 칼, 그러나.
이 놈들을 확실하게 손을 봐주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날을 세워야 한다.
칼을 갈기 전에 먼저 이를 갈았다.
으드득, 으드득.
이가 칼보다도 먼저 날을 세우는데
손봐주기를 해야 할 손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피 묻지 않은 손, 아니다.
파리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한 무능한 손이다.

이런 손으로 누구를 손봐주다니
이런 손으로 피를 부르다니
생각할수록 같잖은 일이다.
차라리 이 손으로 꽃이나 심야지.
달래면서 손을 내려놓으니
새벽의 고요가 마음의 고요일 줄이야.



기사입력: 2004/12/02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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