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의 아침
 
관리자


그 많은 사람들이
그 많은 발자욱을 찍어대고
손금이 다 닳도록
젖은 두 손을 비벼도
아침 이슬은 눈을 뜨지 않았다.
나는 동해의 푸른 물에 햇덩이를 헹구어
세 치(三値) 높이 하늘에 걸었다.
산은 자신을 낮추면 낮춘 만큼 높아지고
물은 자신을 비우면 비운만큼 채워지나니
버릴 것 다 버리고 또 버리고
누더기 한 벌에 마음을 걸친 채
토함산 계곡 따라 물소리 졸졸 내며
이 아침, 청산과 마주 앉으면
염불소리 산자락 가득하니
멀리 안개가 자욱이 눕더라.
고통을 깔고 앉은 세존의 미소는
천년을 허허롭고
그 어깨에 업보를 기대면 내 육신은
어느 덧, 산 아래 허망한 날들을 세고 있다.



기사입력: 2005/01/07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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