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쓸쓸하여
 
관리자



이 가을이 쓸쓸하고 쓸쓸하여
길을 나섰습니다.
길가도 허전하다고 풀꽃들을 거두어 가고
들녘 휑한 가슴에 소슬히 바람이 붑니다.
나이를 먹어 간다는 생각은
생각할수록 쓸쓸한 일이어서
거울을 보며 흰 머리카락을 쥐어뜯습니다.
뜯어낸 자리마다
새순이라도 돋으면 좋으련만
낙엽만 쓸쓸히 날리고 누구하나
시린 손을 잡아주는 이 없습니다.
황국이 깊어 가는 가을밤에는
생각도 깊어가서
쏟아지는 달빛들을 하나하나
쓰다듬어 보지만
쓸쓸하고 쓸쓸하여 그믐밤이 오면은
별들도 이 세상 구석진 곳에 내려앉아
밤새도록 얼굴을 감싸 쥡니다.
기사입력: 2005/01/10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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