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연가
 
관리자



두 손을 겨드랑이에 낀 채 웅숭그리며
포장마차 안으로 얼굴을 디밀었다.
얼굴 잊어버리겠다는 순천댁의 눈살을 받으며
나무의자 위에 쑤시는 삭신을 내려놓았다.
꼭 한 번, 손을 잡았던 순천댁은
숙달된 솜씨로 대파를 숭숭 썰어 술국에
한 줌 쫙 뿌리고 나는 피조개 뻘건 물을
후르륵 소리를 내며 마셨다.
공사판도 거의 끝나간다는 것을
순천댁은 알고 있었다.
건너갈 수 없었던 뜨거운 날들이
고개 숙인 채 말이 없고 밖에는 싸락눈이
싸륵싸륵 밤을 새워 내리고 있었다.
순천댁은 애꿎은 도마에게
빈 칼질을 해대고 있었다.
나는 술잔에 침묵을 가득 부은 체
목구멍 깊숙이 불을 지르고
배춧잎 한 장을 젓가락 나란히 눌러놓고는
포장마차 한 귀퉁이를 들치고 나왔다.
등뒤에서는
“징헌 놈, 그게 그렇게 아깝디어”
순천댁이 앞치마에
코를 팽 푸는 소리가 어느 덧,
굵은 눈발이 되어 밤하늘에 휘날리고 있었다.


기사입력: 2005/01/24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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