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관리자



그 때,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불렀다.
짠돌이라고, 왕소금이라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애들을 가르쳐야 하고 집을 장만해야 하고
할 일은 많고 쥔 것은 없었다.

나는 달렸다. 맨 주먹을 불끈 쥐고
바람 속을 짐승처럼 달렸다.
앞만 봐야한다고 생각하면서
곁눈질이나 뒤를 돌아보는 일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동안
발바닥에 불이 나고 손바닥에 옹이가 박혀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주위를 돌아보았다.
애들은 저희 길을 따라 가버린
한 참 후였고 집은 텅 빈 껍데기만
댕그라니 남아 있었다. 세상에
혼자 버려져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나는
여전히 빈 손이였고 두 팔은
캄캄하게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기사입력: 2005/01/31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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