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겨울밤
 
정성수 시인



그랬던 밤을 생각해 냈다.
연탄 한 장이
허리를 다친 아버지의 언
등짝만 녹이던
연탄 한 장으로는
주둥이에서 똥구멍까지 삐쭉 마른
구들장의 내장을 달랠 길 없던
그런 긴긴 겨울밤을.
추우면 추울수록
솜이불 한 장을 형제들이
서로 끌어 잡아당기다가
결국에는
힘 센 큰형이 돌돌 말아 감고
방구석으로 뒹굴어 가던
밖에는 밤을 세워
더럽게도 눈 왕창 내리던
밤, 야속한 밤.

도시가스가 미친 듯이 타고 있는
아파트에서
반팔 런닝구를 입고
유리창 넘어 도로의
저 가로등 불빛 아래서
유리알처럼 떨고 있는 빙판을 보고
생각해 냈다.
그랬던, 그런 겨울밤을.



기사입력: 2005/02/09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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