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전야
 
관리자



너그덜도 나이를 먹어 봐라.
그 때는 피붙이들이 그리울 팅께.
너그덜도 늙어 봐라.
만나는 사람마다 다 고향사람 같을 팅께.
너그덜도 내 나이가 돼 보랑께
고향쪽 하늘만 봐도 눈물이 날 팅께.

시방 너그덜이 사는 땅이
어디 사람 사는 땅이 라냐.
그 콩크리트 바닥에
사람 발자국 하나 찍히더냐.

명절 때마다 이렇게 청승맞게
주책을 떤다고 핀잔을 줘도
어쩔 수 읍당께.
내 가슴에는 아직도 머리에
동백기름을 바르며 밍경을 보고 있는
엄니가 살아있고
고향 마을 고샅길들이
핏줄맹기로
환하게 그립기 때문이랑께.

아버지는
쓸쓸하게 웃으셨다.
그리고는 술잔에 어리는
회색빛 도시를 단숨에 마셨다.

기사입력: 2005/02/15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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