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 통유리 창가에서
 
관리자

커피숍 통유리 창가에서

팔을 뻗으면 은행나무 노란 머리가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다.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은 커피숍 통유리 창가에 그대의 자리를 잡아 놓고 출입구 쪽에 온 신경을 다 갖다 놓고서 그대를 기다린다.

그대가 앉아 있어야 할 텅 빈 의자가 내 가슴에 와 먼저 앉는다.
어디선가 누구를 기다리고 있거나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지금 내 기분을 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처럼 못 할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오지 않는 그대를 기다리며 전에 늦는 것이 보통이였던 나를 기다리던 그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애리다.

출입구가 금붕어의 입처럼 뻐끔거릴 때마다 그대가 들어서고 아가미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날 때마다 오지 않을 것 같은 절망감이 문득문득 문과 함께 닫힌다.

마음은 벌써 큰길 가 정류장에 가 있다.

방금 버스에서 그대가 내리고 잰걸음으로 골목을 들어서 황망히 출입문을 밀고 미안한 표정이 먼저 들어선다.

허상일 뿐이다.

기다림이란 오지 않는 그대를 기다리며 마침내 내 마음을 먼저 그대에게 보내는 것일까.

이제 받쳐든 커피 잔이 싸늘히 식어 손바닥 온기로도 어쩔 수 없다.

벌써 몇 곡의 음악이 흐르는 동안에 아주 먼데서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나에게로 오고 있을 너에게로 차라리 내가 먼저 가고 있다.
기사입력: 2005/02/25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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