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에서 고래를 보며
 
정성수 시인



해안선을 따라 가을을 싣고 온 버스는 돌아갔다.
거북 바위 위에 두 발바닥에 힘을 주어
동해를 향하여 새벽에 닿은 까닭은 무엇인가.

우리는 서로 손끝의 향기를 느끼며 바다를 본다.

핏줄이 일어서고 바다는
붉은 알을 밀어 올리느라 고통으로 출렁이고 있다.

핏덩이가 절규로 솟아오른다.

우리는 언제 서로의 핏줄 속에 흐르는 피가 되어
살점을 뜯어 붉은 알을 저렇듯 토해 낼 수 있는가.

그렇다. 바다는 될 수 있을지언정
저토록 진한 하혈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마지막 팔짱을 끼어야 한다.

서로의 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어디론가 미련을 싣어 내기 위하여 버스는 여전히 오고
사람들은 아침 허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망망한 길을 찾는 갈매기를 본다.

붉은 알은
어느새 고래가 되어 바다 위를 한 자도 더 튀어 올라 있다.

기사입력: 2005/03/03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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