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놈의 수염
 
정성수 시인



식탁에 마주앉은 자식놈이 턱주가리를 슬슬 쓰다듬는 거
볼수록 건방구지면서도 한 편으로는 듬직하게 뵈는 게
애비의 마음인가.

문득, 수 십년 전
이웃집 아저씨가 구둣솔 같은 수염을 내 볼에 문지르면서
귀엽게 생겼다고 말 할 때
따끔따끔한 아픔도 아픔 이였지만 입에서 나는 깨골창 냄새에
먹었던 것을 토할 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까칠하게 자란 자식놈의 수염이
조조 수염이 아닌 염소새끼 수염이 아닌
탱자가시 처럼 어디 곪은 데를 골라서 따거나
바늘이 되어 헤진 옷이라도 꿰맬 수 있을 것 같아 내심 안도를 했다. 나도 모르게
내 턱을 더듬으면서.
서리맞은 풀잎처럼 히끗히끗한 내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기사입력: 2005/03/06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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