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
 
정성수



이 밤이 지나면
헤어져야 한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돌아 와
모닥불 가에서 만나게 하라.
지난 날 부질없던 삶은 불속에 던져 버리고
짧은 여름밤은 숫덩이로 남아도
바닷가에는 그리운 사람 하나 있더라.

어둠 속의 파도가 찾아 와 포말로 부서지고
활활타던 내 청춘이 사그라져도
목구멍의 생선 가시 같던 흔적들을
모닥불로 지우게 하라.

이 밤을 살고서 죽고 싶은 모닥불 같은 사람아.



기사입력: 2005/03/08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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