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세상이여
 
정성수



강보에 싸여 눈을 감은 체 손가락을 빠는 갓난아이는
무슨 생각하고 있을까.

가만히 귀를 열고
문틈으로 놀러 온 아침 햇살 따라 나들이 간다.

깔깔대는 꽃들을 만나면 손 흔들어 인사를 하고
흐르는 냇가에 종이배 띄우다가
냇물 위에 모로 누운 꽃구름을 쥐어보고 벙긋 웃는다.

해가 서산에 걸려 힘이 겨운 낮에도
창가에 달 그림자 지는 우울한 밤에도
벽지 무늬 다 지워지는 지도 모르고
등이 시리도록
벽에 기대신 어머니. 우리 어머니.

칠흑 같은 잠속에 빠져 무슨 생각하고 계실까.

조용히 귀를 열고 이승과 저승을 오가면서
또 다른 세상을 꿈꾸며 빙긋 웃는다.



기사입력: 2005/03/09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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