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찔레
 
정성수 시인


산기슭 양지쪽에서 늘
혼자라는 것은 너무 외롭다는 생각이
꽃으로 핀
찔레꽃 위에
나비 한 마리 고요히 내려앉았다.

찔레꽃은 가슴속에 감옥을 만들어
나비를 가두어 놓고
사랑했다. 아무도 모르게
사랑을 하면서도 찔레꽃은
어느 날, 나비가
소리도 없이 훌쩍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불안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찔레꽃은
향기를 짙게 짙게 내 뿜었다.
향기에 취해 잠들기를 바라면서

그래도,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아
찔레꽃은 영원히
나비를 붙잡아 두고 싶어
감춰뒀던 가시에 독을 발라
나비의 두 눈을 찔러버렸다.

그 때 부터, 찔레꽃은
봄이면 온 몸에 가시가 돋아 붉은 꽃을 피우고
그 때 부터, 나비는
겨울이 오면 눈이 먼 눈이 되어 더듬더듬 내리고.

주 ; 국경찔레는 찔레꽃(Rosa multiflora) 유사종으로 꽃이 빨갛고
향기가 좋아서 향수의 원료로 사용하며, 산기슭의 양지쪽과
하천 유역에서 자란다.



기사입력: 2005/03/13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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