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새댁의 오후
 
정성수


봄 하늘이 높아 눈이 시립니다.
덕진 연못 연지문 앞에
세상 밖으로 던져진 사람들 틈에 밀려가면
국악원 울타리의 개나리가
요즈음 얼굴이 누렇게 떴습니다.

13평짜리라도 아파트 하나 갖고 싶은 것은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지면
지난 해 묵은 떼를 빡빡 문지르고 싶습니다.
기둥 세 개는 세웠는데 하나가 모자라
아직 석가래는 엄두도 못냅니다.

요즈음 하늘이 높다는 것을
등에 업힌 딸아이의 놓친 풍선을 보고 알았습니다.
영업용 택시의 경적소리가
13평 아파트를 허물어 버리고 저만큼 가면
노란 꽃잎이 지는 아픔입니다.
기사입력: 2005/03/18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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