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정성수 시인



해가 서산 뒤에 눕길래
봉창에 두 손을 꼿은 체 어둑어둑 돌아 와
어둠을 깔고 나도 따라 누었습니다.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다는 것은
죽음 갔더이다.

이 한 몸을
뉘이면 뉘일수록
그리운 얼굴 하나 적막하게 묻어 와
이불을 끌어 당겨
시린 이마를 덮습니다.

쓸쓸하다 쓸쓸하다 외로워져서
어둠 속을 헤매던 초승달 하나.
이 산 저 산 무너지는 소쩍새 울음소리에
돌아눕고 또 돌아눕고
우수수 진달래 꽃잎이 눈물 속에 집니다.
기사입력: 2005/03/25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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