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의 현실 외면한 동북아
우리정부 동맹관리 문제점 지적하는 미국
 
박태우 기자

▲우리정부 동맹관리 문제점 지적하는 미국     © 편집부
몇일 전에 국내 유력 일간지의 인터넷에서 읽은 중국의 처세술이, 우리나라의 현재 잘못 추진 되고 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외교를 생각할 때,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그 글의 핵심은 중국은 대외정책을 추진하면서 세계의 패권국(hegemon)인 미국과 중국주변의 한반도를 포함한 대만 등의 변방국가를 다루는 전략을 이원화시켜 다르게 채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만문제에 있어서도 반국가분열법(反國家分裂法)을 통과시켜 ‘내정문제화’를 공식 선언 이후, 언제든지 무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해 놓은 것도 중국이 최근에 의욕을 갖고 밀어 붙이고 있는 힘을 우선시하는 변방관리의 좋은 사례이다. 티베트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최근 티벹의 지도자 달라이라마가 ‘중국의 통치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티벹 민족의 정체성(identity)을 존중 받는 약속을 요구하는 협상을 할 수 있다’ 발표를 한 사례에서도 주변국을 향한 중국의 패권주의의 깊이와 관심을 잘 느낄 수가 있다.
 
주변국에 대한 힘의 논리에 기반한 합병전략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의 미국에 대한 전략은 중국이 어느 정도 힘을 비축할 때까지는 유연성에 기반한 화합과 협력의 외교를 펼치는 것으로 설정되어 보인다. 힘이 있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고민이 보인다. 즉 미국에게는 ‘빛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고 힘을 기른다’는 의미의 ‘도광양회(韜光養晦)’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주변국에게는 ‘문제에 개입해서 목적하는 바를 이룬다’는 소위 ‘유소작위(有所作爲)’에 기반한 전략을 추진 중 이다.
 
몇 일 전에 노 대통령이 해양세력에 기반한 ‘남방삼각동맹’의 유용성을 문제삼고 ‘북방삼각동맹’과의 관계강화를 통한 ‘동북아 세력균형자론(論)’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주장에 대한 지식인들의 걱정이 크다는 사실은 우리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안보와 밀접한, 아직도 냉전의 골짜기에서 나오지 못한 한반도의 기존‘동맹정치’를 너무 진보적이고 낙관적인 시각으로 진단하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에서 나오는 것이다.
 
남.북한은 중국의 전략에서는 주변부 영역에 속할 것이다. ‘비핵화된 한반도’라는 대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미국과 일본의 힘을 견제하는 카드로서의 북한 핵(核)이 갖고 있는 전략적 가치는 살리겠다는 북경의 의도도 다분히 보인다.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펼치고 있는 한반도 ‘유소작위’ 전략이 부활하고 있는 중국의 동북아지역 패권주의에 기인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미국과 일본의 패권주의만 의식한 ‘남방삼각동맹’을 문제 삼는 것은 우리나라의 외교안보의 주춧돌을 잘못된 지점으로 옮기고 있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위정자들과 우리 국민들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미국이 왜 최근 들어서 부쩍 일본과의 우호적인 제스처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는지에 대한 역사적.경험적 고찰이 없이, 일정부분 정치적 목적으로 진행중인, 일본의 과거사문제를 청산한다는 명분으로 보이지 않게 중국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동북공정’으로 진행중인 또 다른 차원의 은밀한, 한반도를 향한 중국의 패권주의의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한, 우리 정부의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안보외교 실행능력의 미진함과 안이한 현실인식의 결과라고 보여진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력의 실체를 과대평가해서도, 지나치게 과소평가 해서도 대외외교안보전략이 올바르게 마련되지 못할 것이기에 정확한 주변정세에 대한 연구와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굳이, 정부가 앞장서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미 21세기의 지구촌은 상호의존과 협력의 장을 확대.심화 시켜서 국경의 의미가 많이 쇠퇴한 환경을 잉태하고 있다. 군사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경제적으로 거미줄처럼 얽히고 있는 국제정치경제의 현 주소를 보아야 한다.
 
미국과도 동맹을 유지하고 중국하고도 새로운 동맹의 축을 만들어서 사안에 따라서 견제와 협력을 하겠다 ‘결미연중’(結美聯中: 미국과도 결속하고, 중국과도 연합한다)의 개념에 기반한 우리나라 통치권자의 직언(直言)은 취약하기 그지 없는 분단된 안보 구조 속에서 자칫 크나큰 안보불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해양세력에 기초한 한.미.일이 냉전체제 속에서 현재까지 가꾸어 온 ‘남방삼각동맹’과 대륙세력을 근간으로 형성되어 온 ‘중.러.북한의 북방삼각동맹’의 틈바구니에서 현실을 다소 낙관적으로 진단하면서 지나치게 앞서가는 국가지표를 세우고 전통의 동맹 축에서 다소 이탈하여, 우리의 현실적인 국력이 뒷받침하고 있지 못한 구조에서도 ‘동북아 세력 균형자(stabilizer and balancer in Northeast Asia)’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 이 지역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상당한 의구심을 떨 칠 수가 없다.
 
중국의 아시아패권주의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강력한 우방인 호주까지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월 22일자 The Asian Wall Street Journal에 기고한 미국의 해리티지 재단 대나 딜런(Dana Dillon) 연구원은 그의 글(China Threatens U.S. Alliances)을 통해서 호주가 미국과 맺고 있는 대만문제를 포함한 국제사안에 대한 공조에 중국정부의 강한 불만을 지적하고 있다.
 
2000년도 이후 수 년 동안 중국은 아시아지역에서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키워왔으며,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나라들에 대한 중국의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가 여기저기 감지된다. 한국도 이 범주에 속함은 당연하다. 대만문제 관련해서도 호주가 노골적으로 미국 편을 드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얼마 전 한 중국 외교부의 한 관리가 “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호주와 미국의 동맹체제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아시아는 더 평화로는 지역이 되었을 것이다”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함으로서 감지된 적도 있다.
 
이렇게 중국은 동북아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본격적인 패권경쟁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바로 이러한 시점에서 검증도 없고 확실한 담보장치도 없는 ‘동북아지역 세력균형자론’은 동북아 지역의 주변강국들에게 오판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화근덩어리’가 될 수도 있음이다. 우리의 확실한 기존의 우방들인 친구들을 상실 함으로서 기회주의자 같은 나라가 되어서 신뢰감이 떨어진 국가이미지를 키워낼 수가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3월 25일자 국내의 유력 일간지 조간 사설을 보다가 불협화음의 박자로 틈새가 확대되고 있는 한.미공조의 폭을 다시 확인 하였다. 동 사설의 내용 중에서 필자의 마음에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 구절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국은 사활적 이익이 달린 국가가 아니니 결별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며, 미 의원들이 미.일수교 150주년 결의는 압도적으로 통과시켜도 한.미동맹 50주년을 기념하는데 뜻이 없는 것이 한.미 관계의 현주소” 라는 한국을 방문중인 미국의 관리 및 학자의 주장이다. 필자는 이전에도 수 편의 글을 통하여 미국내의 반한감정(反韓感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적도 있다.
 
한국은 그 동안의 전통의 우방들로부터 믿을 수 있는 나라라는 신뢰감을 스스로 축소시키고 있다는, 한국을 사랑하는 국제저명인사들의 충언에 우리의 위정자들은 겸허히 마음의 문을 열고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 나라의 외교가 권력자의 의지와 국정방향에 따라서 바뀔 수는 있어도, 국민의 사활과 생존권이 걸린 위기관리시의 안보외교는 전문외교관들의 판단과 소신을 존중하는 지혜로운 위정자들의 판단과 언행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 아니던가?
 
몇 일 전 필자가 이사를 역임한 「한국국제정치학회」가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한 헨리 하이드(Henry Hyde)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의 특별보좌관인 더그 밴드 카도연구소 연구원은 ‘점 점 더 사이가 벌어져 가고 있는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세미나 발표를 통하여 똑똑히 지적하였다. 그는 직접화법으로 “미국에 있어서 한국은 막대한 비용과 희생을 쏟아 부을 만큼 사활적 이익이 더 이상 아니며, 양국은 우호적인 결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동 회의에 참석한 브루스 벡톨 미 공군참모대학 교수도 “구한말의 대한제국이 일본에 의해서 합병된 것이나 한국전쟁이 발발한 것은 모두 한국이 동맹전략에서 실패한 것에 기인한다”는 미국내의 냉정한 기류를 우리 국민들에게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다.
 
우리가 신중하게 마음을 열고 귀담아 들어야 할 엄청난 변화가 아닌가?
이 것이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우리가 아무리 도덕적.윤리적인 잣대를 들어서 대한제국 일제합병의 무효화와 환원을 주장하였어도 힘이 없는 민족의 정당한 소리는 역사의 뒤안길에 묻힌 채 36년 동안 이 땅의 순수한 민초들은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고통과 치욕을 감내해야 만 했다. 논리의 정당성만 앞세우는 감정적 표출로 해결 될 수 있는 국제정치의 사안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세계에서 최초로 미국의 원자탄 실험장이 되면서 2차대전의 패전국으로 불명예를 안고 살아온 일본이지만, 오늘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으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지 않는가? 이것이 명분(名分)보다도 실리(實利)를 앞세우는 국제외교의 기본원리이다.
 
그렇다고 비굴하게 부정의(不定義)와 모순(矛盾)에 편승하여 기생하는 나라가 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의 힘이 닿는 지형까지 우리의 의중과 목표가 갈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인식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최근 우리의 정상 외교안보라인이 밝힌 ‘동북아지역에서의 주한미군 기동군화’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입장 천명과 우리 경제와 안보의 초석으로 작용해 온 ‘한.미.일 안보 남방삼각구도 이탈을 기정사실화 한 동북아 균형자론(均衡者論)’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감정으로 앞서간 자충수(自充手)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직은 시간을 두고 더 연구하고 상황변화를 보아가면서 다듬어가야 할 우리 국민들의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박태우 기자
기사입력: 2005/03/28 [10:01]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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