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분배 경제성장 저해" 성장과 양립..
재정운용계획토론회, "장기적 성장 위해 부의 편중 막아야"
 
김슬기 기자
성장과 분배는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동시에 추구될 수 있는 목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일정 수준을 넘어선 분배정책은 경제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성장과 분배를 양립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8일 기획예산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공동주최로 열린 2005년~2009년 국가재정운영계획 수립을 위한 총괄분야 공개토론회에서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는지를 논의했다.

이날 국가재정운용계획 총괄분야 작업반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성장은 모든 나라에서 분배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분배는 자본시장의 실패를 교정하고 사회통합을 제고함으로써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작업반은 분배정책이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이유로 자본시장의 실패를 교정할 수 있고 사회통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빈곤층은 담보능력 부족 등으로 인적자본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해 빈곤층에 교육 및 훈련기회를 제공하는 등 인적자본투자를 촉진할 경우 빈곤층이 빈곤에서 쉽게 탈출할 수 있고 이들이 경제활동에도 참가,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성장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작업반은 특히 사회통합은 경제성장에 매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며, 사회통합에 있어서의 배분정책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했다. 빈곤의 대물림이 보편화될 경우 빈곤층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능력을 계발하거나 저축을 통해 자본을 축적할 의욕을 상실하며 이는 그 자체로 경제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계층간 불화와 반목을 심화시키고 사회불안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장기적 경제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부가 일부 부유계층에 대물림되지 않고 경제적 신분상승의 가능성이 대다수의 국민에게 열려 있어야 하고, 전국민에 대한 최소한도의 연금 및 의료혜택, 공적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들은 사회통합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작업반은 반대로 분배중심 정책이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이유로 이른바 사중손실(死重損失.deadweight loss)과 구축효과(驅逐效果.crowding-out), 복지의존성 유발, 정책목표 혼선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복지재원 조달을 위해 한계세율을 높일 경우 근로의욕을 저해해 노동공급을 줄이고 투자의욕도 낮아져 투자수요와 자본축적이 제대로 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또 재정지출의 증가는 국가자원 가운데 민간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줄임으로써 민간투자와 민간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복지지출 증대가 초래하는 이러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최고한계세율을 인하하면서 비과세·감면을 축소해 조세기반을 확대해야 하며, 소득세·법인세 등 직접세보다 부가가치세 등의 소비세 중심으로 조세구조를 개편해 근로유인과 투자유인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복지의존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원 자격심사를 엄격히 하고 구직활동 및 직업훈련 참여를 전제로 급여를 제공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며, 또 실업급여·질병급여·조기노령연금의 경우에도 지나치게 근로의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급여수준이 설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작업반은 아울러 경제성장이 분배구조 개선에 순기능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자본소유를 소수계층이 독점하도록 만드는 법·제도를 개정해 법질서를 확립하고 상품시장과 요소시장의 경쟁여건을 제고함과 동시에 교육훈련의 기회가 보다 많은 국민에게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작업반은 재원배분구조 개선과 관련, 현재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각종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지원의 필요성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재원배분은 개별연대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업반은 민간금융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금리도 낮아진 상황에서 정부의 계속적인 산업지원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에는 경제사업의 비중을 줄여 재원을 절약함으로써 향후 불가피하게 다가올 사회보장 및 보건분야의 재정수요 증가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업반은 다만 규모의 경제, 정보의 비대칭성, 외부효과 등으로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선택적으로 정부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토론내용>

◆ 성장과 분배, 선순환의 길은?

△ 온기운(매일경제 논설위원)= 성장과 분배는 선택이 아닌 조화의 문제이다. 다만,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고 이에 따라 분배 측면도 개선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배정책은 수혜자의 자활의지 감소, 민간투자 부진을 야기해 국가전체 활력을 감소시키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백화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실장)= 복지지출은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 보전 등으로 소비 지출을 증가시키는 등 경제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책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저소득층의 빈곤함정 문제 등은 제도를 개선해 실시할 필요가 있다.

△ 진영환(국토연구원 부원장)= 성장잠재력 확충과 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필요가 있다. 성장과 분배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출이 우선돼야 한다.

△ 옥동석(인천대 교수)= 우리 주변의 강대국을 감안할 때 국력신장을 위해 당분간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복지정책은 정부가 수행하되 정부실패 가능성을 감안해 효율적 집행을 위해 제도적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이원희(한경대 교수, 경실련 예산감시위원장)= 경제가 어느정도 발전했으므로 성장과 분배의 상충없이 복지 확대가 가능하다. 다만 복지지출의 속도조절 검토가 필요하며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도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 이헌목(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연구소장)= 농업부문의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 소득 증가가 수반되지 않는 성장을 위한 투자는 줄이고 분배위주의 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직접지불 예산이 확대돼야 한다.

△ 김대기(기획예산처 예산총괄심의관)= 성장과 분배의 우선순위를 정해 집중지원하는 것은 곤란하다. 선순환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현시점에서 선진국에 비해 경제분야 비중이 너무 큰 문제는 고쳐나가고 복지지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생산적인 사업 중심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집중투자분야는?

△ 공은배(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연구본부장)= 우수인력확보를 통한 인적자본 축적은 경제성장으로 연결된다. 평생교육 및 학습은 사회적 통합을 위한 유용한 방안으로 러닝 코리아(Learning Korea)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 이은우(과학기술부 연구조정총괄담당관)= 연구개발은 경제성장 결정요인 중 핵심적인 사항으로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 옥동석 교수= 정부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정부 제도적 역량 제고에 집중투자해야 할 것이다. 소규모 개방경제로 인력이 유일한 자원으로 고등교육, 연구개발 등을 통한 인적개발에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

△ 진영환 부원장= 그동안 SOC 투자가 많이 실행됐으나 선진국에 비해 스톡이 부족한 상황이다. 동북아 물류 허브, 임대주택, 지역혁신 클러스터 등을 중심으로 투자확대가 필요하다.

△ 송혜자(우암닷컴 CEO, 여성벤처협회장)= 중소기업 발전은 경제성장에 중요한 요소다. 중소기업 자금 부족은 민간의 연구개발 지출을 줄이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이는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은 민간 금융기관의 시장기능이 아닌 정부가 직접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이헌목 소장= 농업분야 연구개발 등에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농업분야 경쟁력 제고 및 소득수준 향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 온기운 논설위원= 교육, 연구개발(R&D), SOC 등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BTL 등 민간재원을 활용한 재정지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이원희 교수= 성장․분배 이분법적 접근 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개념화가 필요하다. 농업생산성을 향상시키거나 연구개발 낭비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백화종 연구실장=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하에서도 복지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따라서 빈곤층 지원확대를 위한 예산확대와 빈곤구제를 위한 복지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빈곤의 사후 대처가 아닌 빈곤 예방을 위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기사입력: 2005/04/09 [11:58]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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