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 지역 성장잠재력 높인다
 
김슬기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발전 기폭제를 지방 골고루 분산 배치시키는 다극분산형 사회로의 전환이다.
행정도시 건설과 함께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은 국회 논의를 통해 5월중 확정될 계획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은 물론, 수도권 및 지방자치단체 등이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동의 책임의식을 갖는 일이 필요하다.
<국정브리핑>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공동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기획을 게재한다.(편집자주)




프랑스 남부지역의 기술집약적 산업의 거점, 소피아 앙띠폴리스. 프랑스어로 ‘지혜의 도시’를 뜻하는 이 도시는 인구 35만명, 단지규모 690만평에 1200여개 기업체가 입주하고 있으며 종사자수 2만5000명이 근무하고 있는 ‘테크노폴리스’로서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곳은 196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농업 관광산업으로만 유지되던 곳으로 대학이나 연구소 및 기업 등 산업적인 전통이나 지적 자산은 전혀 없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개발에 착수한지 30년이 지난 1998년에는 세계 10대 지식기반 선도지역의 하나, 유럽 3대 지식기반 선도지역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발전했다.

이처럼 소피아 앙띠폴리스가 테크노폴리스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문화생활, 교통인프라, 교육시스템, 산·학·연·정 등의 유기적인 네트워크 등 수많은 요인이 있지만, 수도권의 성공적인 지방분산 정책이 가장 커다란 성공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소피아 앙띠폴리스는 파리의 국립연구소, 에어프랑스 등의 공공기관과 민간연구소 등의 유치, 우수연구인력 확보, 각종 공공·민간단체 등의 지원 네트워크 형성 등으로 성공한 것이다.

우리도 프랑스의 소피아 앙띠폴리스와 같은 테크노폴리스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참여정부가 수도권 과밀 해소 및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추진 중인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그 열쇠가 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270개의 공공기관 가운데 꼭 수도권에 있을 이유가 없는 180여개 기관을 12개 광역시·도에 배치함으로써 지역 발전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그랜드 플랜’이다. 정부는 이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산·학·연·관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친환경적이며 교육·문화 등 지식기반이 구축된 혁신도시를 건설, 그 파급효과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과밀화 심각…경쟁력 뚝 떨어져



◆ 공공기관 지방이전 배경
참여정부가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라는 양대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 문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심각해 졌다. 지난 40여년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국 인구의 47.6%, 전체 공공기관의 85%, 100대 기업 본사의 91%가 집중됐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혼잡, 대기오염 등에 대처하기 위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투입하면서도 그 경쟁력은 오히려 저하현상을 보이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이대로 둔다면, 각종 규제는 더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도시로서의 정상적인 기능 유지가 힘들어 질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지방은 인력과 자본의 수도권 집중으로 성장에너지가 고갈된 상태. 지방은 글로벌 체제에서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하고 생존경쟁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함께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라는 카드를 빼어든 것이다. 공공기관 등 블랙홀 역할을 하는 중추기능을 지방으로 분산시킴으로써 수도권 집중 차단과 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강화시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 정책은 물론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 선진국들이 수도권 과밀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적극 추진해 성공한 검증된 정책이다.




산·학·연 협동 지역 혁신체계 구축 가능



◆ 공공기관 이전 효과
수도권 과밀문제에 대한 국내외 조사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수도권 집중은 결국 민간기업을 수도권에 몰리게 하고 민간기업의 지방이전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지적됐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공공기관 이전이 행정도시와 함께 추진될 경우 2030년 전국인구 대비 수도권 인구비중은 2002년과 비슷한 47% 수준에서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도 1960년초부터 공공기관 이전을 적극 추진해 파리권은 전국인구대비 18% 수준에서 인구가 안정돼 있다.

우선 국가행정기관을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의 지방이전은 기업본사가 지방으로 이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연구기관이나 교육연수기관 등의 지방입지는 지방대학의 연구기능을 보완, 산·학·연 협동에 의한 지역 혁신체계 구축도 가능하게 된다.

그 예로 대덕연구단지가 들어선 대전과 미국의 실리콘밸리, 일본의 쯔구바 연구학원도시, 프랑스의 소피아 앙띠폴리스 등이 대표적이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재정의 확충도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다. 정부투자기관이나 출자기관 등 대규모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지방세 수입이 증가하고, 고용증가와 부가가치 유발효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해 볼 만하다.

정부는 대략 180개의 공공기관이 이전할 경우 지방의 고용증가는 13만3000명에 달하고, 연간 생산유발효과와 부가가치유발효과는 각각 9조3000억원, 4조원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고학력 취업 기회의 확대로 지방교육의 질적 향상이 가능해 지게 되며, 공공기관들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용, 지방사회의 국제화라는 부수적 효과도 예상된다.


서울, 국제도시로 거듭나려는 노력 필요



◆ 공공기관 지방이전, 상생의 길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관련, 서울과 수도권 지역 지자체들은 기존의 성장동력 마저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전 당사자들인 공공기관과 그 직원들은 지금과 같은 근무여건과 생활환경을 지방에 가서도 누릴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180개의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서울과 수도권이 공동화 현상에 빠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을 차단함으로써 인구분산 효과가 생기지만, 급격하게 인구가 줄거나 이로 인해 도시의 경쟁력이 더 나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수도권 집중 현상을 그대로 둘 경우 교통혼잡, 대기환경, 주거문제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각종 규제만 늘어날 뿐 경쟁력 향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또 행정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동시에 수도권 발전대책을 마련 중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가 오히려 금융과 물류 등의 기존 특성을 살린 국제도시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이전 대상 공공기관 및 직원들에 대한 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각종 인센티브 제공과 교통·교육·문화·복지 등 인프라 구축 계획을 갖추거나 마련하고 있어 생활기반을 옮기는 불편을 해소할 만큼 만족할만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과 대립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상생적 발전방안이라는 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다. 그래서 서로가 한 발씩 양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반대하는 수도권 지자체와 이전 대상 기관 노동조합의 모습은 공익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을 마치 ‘내 것’처럼 생각하는 ‘이기주의’로 보일 수밖에 없다. 대형 공공기관 유치만을 고집하는 일부 지자체들의 과열경쟁은 장기적 발전모델보다 단기적인 대증효과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토연구원 서태성 국토계획·환경연구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집중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상생하는 길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입력: 2005/04/21 [00:35]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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