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의 호질
 
최훈영 기자
▲박지원    
정종시대가 24년으로 마쳤으나, 임금 자신이 큰인물로 대왕이었고, 박지원(朴趾源)이 큰 인물이였고, 박지원 문인에 박제가(朴齊家)가 큰 인물 이였습니다. 대왕이 되는 것인 조선학을 세우는 일이요, 큰 인물이 되는 것 역시 조선학(朝鮮學)을 세우는 곳에 있게 됩니다.
 
박지원은 중국말로 소설을 지었습니다. 그 가운데 호잘(虎叱)이라는 소설은 세계 인류문학이라느 밀이 있다고 하면 그곳에 들어갈 감이 됩니다. <호질>이라는 소설은 노벨 문학상에 오를 소설입니다. 조선사람 가운데 큰학자라는 사람들이 모두 위선자라는 것을 알리는 소설이 그 <호질>입니다.
 
호랑이가 똥학자는 꾸짖는 것이 소설 줄거리입니다. 이 소설을 읽고 얼굴을 붉히면서 책을 덮는 사람은 주희(朱熹)를 존모하는 주희학도들이었고, 좋아라 하는 사람은 조선학도(朝鮮學徒)였다. 호질(虎叱)이라는 소설 이름을 <호랑이 꾸짖기>로 번역하여 여기에 그 줄거리를 옮겨 보겠습니다.
 
북곽선생은 나이 40에 저서 1만 5천권을 가신 선비로 벼슬살이를 바라지 아니했습니다. 임금이 그의 뜻을 갸륵하게 여기고, 대신들이 한결 그의 빛나는 이름을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북곽선생은 과부와 놀아나다가 발각되어 도망을 쳤습니다. 다리 하나를 걸치고 귀신 웃음과 귀신 춤을 추면서 달아나다가 마침에 들판에 있는 똥구덩이에 빠져버렸습니다.
 
안간힘을 다해서 간신히 해어나오기는 했으나, 자기 앞에 다가선 것은 굶주린 한 마리의 호랑이었습니다. 북곽선생은 머리를 조아리면서 엉금엉금 기어 호랑이 앞에 다가서서 절을 세번 하고는 꿇어 엎드려 고래를 우러르면서 온갖 달콤함 말로 호랑이에게 아부 아첨을 했습니다.
 
북곽이 하는 말을 들은 호랑이는 <가까이 오지 말라> 하고는 사람이라는 것들이 저지르고 있는 온갖 나쁜 짓들을 다 털어 놓았습니다. 북곽은 황공하기 그지없어 몸 둘 곳을 몰라 용서를 빌면서 엎드렸으나, 아무런 분부가 없기에 살며시 고개를 치켜들고 본즉, 동녘은 밝아오고, 호랑이는 어디로 갔는지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때마침 아침 일찍 밭갈이 나온 농부 하나 가 북곽을 보더니만 <선생에게 무슨 일이 있사옵기에 이 벌판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사옵니까>라고 물었다.
 
농부가 하는 말을 들은 북곽은 <내 일찌기 들은 바, 하늘이 비록 높다 하되 머리 어찌 굽히지 않으며, 땅이 비록 두텁다고 하지마는 사뿐사뿐 디디지 않을까 보냐>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이 북곽이 했던 마지막 말이었고, 이 마지막 말이 <호랑이 꾸짖기> 소설의 마지막이었습니다.
 
과부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과부는 동리자(東里子)라고 불리어집니다. 그녀는 얼굴이 예쁩니다.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되었습니다. 임금은 그녀의 곧은 절개를 갸륵하게 여겨서 열녀 정려(旌閭)를 세우도록 했습니다. 대신들은 그녀의 어짐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아들이 다섯 있었던 바, 그 아들 다섯이 姓이 각각 달랐습니다.
 
과부 동리자는 북곽을 자기 안방으로 모셔 들이고는 <오늘 밤 바라옵건데, 선생의 글 읽는 소리를 듣고자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응한 북곽은 묵청을 뽑아 <병충에는 원앙새, 반듯반듯 반딧불, 어지어이 흐르도다. 가마솥, 세발솥 무엇을 본떠서 만들었느뇨. 흥이로다> 라고 했습니다.
 
동리자 아들 다섯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북녘에서 닭이 울고, 남녘에서 별이 밝은 이 밤중에 안바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하마, 그래, 마치 북곽선생 같다. 그래, 그렇구만> 하고는 다섯 형제가 문듬으로 보고는 서로 이르기를 <과부방에 들어가지 않음이 예절이거늘, 북곽선생은 어진이라>고 했습니다. 하나가 말하기를 <내가 듣기로는 성문이 허물어진 곳에 여우굴이 있다더라>. 다른 하나가 말하기를 <여우가 늙어서 천년이 되면 사람 모양으로 둔갑한다고 들었다. 이것은 북곽선생 얼굴을 빌린 여우가 아닌가>. 다른 하나가 말하기를 <내가 듣기로는 여우 머리를 가지면 부자가 되고, 여우 발을 가지면 대낮에도 숨을 수가 있고, 여우 꼬리를 가지면 남에게 좋게 보여서 즐거움을 하게 된다고 한다.
 
저놈의 여우를 잡아서 서로 나누지 아니하랴>고 하니, 모두가 좋아라 했습니다. 동리자 아들 다섯이 몽둥이를 들고 어미 방을 둘러싸서 습격했다 크게 놀란 북곽은 도망치면서 혹시나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 볼까 두려워서 다리 하나를 목에 걸치고, 귀신 웃음과 귀신 춤을 추면서 허위적 허위적 달아났습니다.
기사입력: 2005/04/23 [11: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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