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요청하는 지도자상
 
편집부
▲ 특강 중인 이상주 전 교육부장관

 
이상주 전 교육부장관(현 성신여대 총장)이 지난 24일, 오후 1시 30분 한국 사회가 요청하는 지도자상이란 주제로 로타리 100주년 기념 3630지구 지구대회에서 1천 5백여명의 로타리안을 대상으로 펼친 특강의 내용을 정리했다.

 

이 상 주(성신여대 총장)

1. 머리말
 
  나라든 조직이든 그 흥망성쇄는 지도자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한국사회가 전제주의 사회로부터 민주주의 사회로 전환됐고, “영웅시대”는 지나고 “대중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지도자에 의해 사회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지도자가 어떠한 자질을 갖고 있고 어떠한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국민이나 사회 구성원들을 화합과 평화로 인도할 수도 있고 분열과 전쟁으로 몰아 갈 수도 있으며, 경제적 번영과 복지를 가져다 줄 수도 있고 물질적 궁핍과 비인간적 억압에 빠뜨리게 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지도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인류사회를 구원하고 세계평화를 구축하는 데 공헌한 성인들이나 위인들, 국가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실현하는 데 기여한 거물급 정치지도자나 대기업의 기업가와 같은 명성 높은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단체, 학교, 회사, 교회, 마을, 취미 클럽 등과 같은 작은 사회 단위의 사람들을 이끌며  일상생활의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는 지도자도 포함된다. 사회 집단이 크던 작던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동적 노력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가 있어야 그 집단이 존속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 여기에 모이신 로타리 클럽에도 총재가 있고 클럽회장이 있는 것이다.

  한 사회에는 여러 종류의 사회지도자가 있다. 국가나 지역 사회를 이끌어 가는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도지사와 같은 정치 ? 행정 지도자도 있고 국토방위를 위해 군대를 지휘 통솔하는 군 지도자도 있으며, 산업과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가와 경영자와 같은 경제적 지도자도 있다. 그리고 목사, 신부, 승려와 같은 종교 지도자와 학교장, 총장과 같은 교육 지도자도 있고 사회운동이나 시민단체를 이끌어 가는 시민사회 지도자도 있다.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가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역할에 알맞은 각각 다른 지도성 또는 지도자적 자질과 능력을 가져야 한다. 군 지휘관과 종교단체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지도성은 같지 않을 것이며 정부 지도자와 시민사회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지도자적 역할은 서로 다를 것이다.

  지도성(leadership)이란 한 마디로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새로운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바꾸게 하는 힘, 즉 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도성이란 사회나 조직의 구성원들로 하여금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협력하게 하는 지도자의 능력과 특성을 의미한다. 지도자는 분열된 집단을 통합하고, 공동의 꿈을 현실로 실현하며, 사회 집단이 처한 곤경과 위기를 성취와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뜻에서 보면 지도자는 올바른 사회적 가치나 이념을 추구해야 한다. 올바른 지도자는 자유, 평등, 인권, 민주, 독립, 평화, 경제적 번영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 사람들의 안녕과 복지를 증진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 영향력이 아무리 크더라도 히틀러나 스탈린과 같이 수백만명의 인간을 살육하고 수 많은 국민들을 억압한 사람을 가리켜 훌륭한 지도자라 할 수 없다.
 
역사상, 국민들을 참혹한 전쟁에 몰아넣었거나, 빈곤의 구렁텅이에 빠트려 굶주리게 하였거나, 정치 수용소에 감금하여 억압한 많은 실패한 지도자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이나 모차르트처럼 타인에게 지적, 예술적 영향력을 크게 끼쳤다 하더라도 그들을 사회적 지도자로 볼 수는 없다. 여기에서 말하는 지도자는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들을 말한다.
 
 
2. 한국사회와 지도성 위기
 
  한국사회가 해방 후 지난 60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중대한 역사적 과업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계를 비롯하여 정부, 경제, 교육, 문화, 종교, 시민사회 등 사회 각 분야를 이끌어 온 많은 뛰어난 지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민족자본도 자연자원도 빈약한 나라에서 세계가 놀랄만한 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비젼과 선견지명을 가진 정치 지도자와 경제 정책 입안자, 그리고 모험적인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업가들이 지도성을 훌륭하게 발휘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지도자와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한 근면한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권위주의적 문화가 팽배해 있던 한국 사회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끝내 민주주의의 뿌리를 이 땅에 내리게 한 것은 인권의식과 민주주의 정신에 투철했던 정치인, 종교인, 학자, 그리고 많은 시민 지도자들이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에는 젊은 대학생들의 역할도 컸다고 본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지금 “지도성의 위기(leadership crisis)”에 처해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들의 도덕성 문제가 자주 제기됨으로써 일반 국민들의 그들에 대한 신뢰가 크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신뢰성은 지도력의 기반이다. 신뢰성을 잃은 지도자는 지도자로서의 구실을 할 수 없다. 정치인들이 기업으로부터 정치헌금을 받아 착복하고 자신과 아들들이 병역을 교묘하게 기피하였으며, 불법적 부동산 투기로 축재를 하는 등의 부도덕한 정치인들의 행동이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폭로되고 있다. 기업가나 경영자들은 분식회계와 같은 불투명한 회사 경영을 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만들기 위하여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갖다 주고 회사자금을 사적 용도로 빼돌리는 등의 비윤리적 행동도 자주 보도되고 있다. 요즈음은 도덕적으로 순결해야 할 교육계마저도 도덕성 문제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사실, 한국사회의 지도성 위기는 도덕성 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요사이 이처럼 지도층의 도덕성 문제가 크게 부각된 것은 지도층의 비윤리적 행위가 과거보다 특별이 더 증가했다기 보다는 더욱 자유로워진 언론보도, 각종 시민단체의 활발한 감시활동, 의회에서의 인사청문회와 비리 폭로 등으로 지도자들의 비윤리적 행위가 낱낱이 투명하게 밝혀지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한국사회는 지금 “정직하고 도덕적인 지도자”,“원칙과 사회규범을 지키는 지도자”,“언행일치와 솔선수범의 지도자”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지도성이 위기에 처한 두 번째 이유는 사회 전반적으로 광범하게 일어나는 갈등을 조정 ? 해소하거나 관리하는 역량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지금 “갈등이 폭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세대갈등, 노사갈등, 계층갈등, 보혁갈등, 가치 ? 이념갈등이 서로 얼키고 설켜서 사회집단 간의 마찰과 대립과 투쟁이 혼란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갈등으로 인하여 각 분야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사회발전을 위한 지도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갈등해소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당이나 정파간의 갈등과 이해 집단간의 갈등으로 국회를 생산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고, 산업계는 노사간의 갈등으로 산업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으며 교육계는 교직 단체간의 갈등, 시민사회는 보혁 세력간의 갈등으로 지도자들은 갈등 해소에 많은 시간과 정력을 소모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사회는 지금 “화해와 화합의 지도자”,“관용과 금도의 지도자”,“조정과 타협에 능한 지도자”를 요구하고 있다.

  지도성 위기의 세 번째 이유는 한국의 지도자들이 현재 급속하게 변천하는 사회상황-세계화, 정보화-에 기민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사회는 전자통신기술을 광범위하게 활용함으로써 개인들이나 사회 집단간의 연결성이 높아지고 시공간이 압축되어 지구촌이 형성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국가적 범위의 시장이 국경없는 세계 시장으로 통합되어 생산과 교역과 자본의 흐름이 전 지구적 범위에서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각종 국제기구와 협약, 세계적 NGO 등이 개별 국가를 점점 더 통제 ? 관여하는 전 지구적 통치체제(global governance)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측면에서는 세계 각국 간의 인적, 문화적 교류가 더욱 증대하고 전 지구적 정보체계가 형성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지도자는 국제 이해와 세계적 시각, 국제 상호의존성에 대한 인식과 세계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하며 인류가 공동으로 당면한 세계적 문제(전쟁, 군축, 환경오염, 자원고갈, 빈곤, 남북국가간 경제격차 등)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책임의식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오늘의 지도자는 기본적으로 외국인과의 의사소통 능력도 가져야 하고 세계적인 관행과 규범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한국사회는 지금 “미래지향적 지도자”,“정보화시대에 적합한 지도자”,“세계적 안목과 열린 마음을 가진 지도자”를 요구하고 있다.
 
3. 지도자의 자질
 
 그러면 지도자가 가져야 할 기본적 자질과 특성은 무엇인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지도자가 수행해야 할 과업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그가 처한 사회 문화적 상황에 따라 다른 지도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지도자의 일반적 자질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지도자의 일반적 자질을 "VICTORY"라는 단어의 알파벳을 이용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1) 지도자는 그가 이끄는 사회나 조직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젼(Vision)을 가져야 한다.
 
지도자의 비젼은 구성원들에게 공동의 목표의식과 꿈을 제공한다. 꿈이 없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일차적 자격이 없다. 지도자가 구성원들에게 앞날에 대한 매력적이고 가슴 벅찬 밝은 꿈을 제시해야 구성원들이 따라온다. 지도자는 비젼을 혼자만의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지 말고 구성원들에게 설득력 있고 일관성 있게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그 비젼에 대해 확신을 갖게 해야 한다.
 
한국은 지난 60년간 아홉 분의 대통령을 가졌다. 그들 중 국민에게 국가의 장래에 대한 비젼을 명확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제시한 대통령을 지적하라면, 나는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을 들겠다. 박정희 대통령은 “조국 근대화”와 경제발전에 관한 비젼과 계획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으며,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간 “화해 협력시대”를 열어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로 가는 길을 제시했으며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밝은 꿈을 펼쳐 보였다. 노무현 현 대통령은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과 “지역균형 발전”에 관한 비젼을 제시하고 있으나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이 점에서 미국 대통령의 예를 든다면 링컨 대통령과 윌슨 대통령을 들 수 있다. 링컨 대통령은 국민들의 비난과 저항, 남북전쟁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흑인 노예해방의 꿈을 실현하고 하나의 주(州)도 이탈하지 않은 “하나의 미 합중국(a United States)” 건설이라는 비젼을 끈질기게 추구했다. 윌슨 대통령은 1차 세계 대전 후 “세계평화 구축”이라는 비젼을 실현하기 위하여 끈질긴 외교 협상을 계속하여 베르사이유 조약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와 같은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들은 분명한 비젼을 가졌던 정치 지도자들이다.

 (2) 지도자는 스스로 높은 도덕성과 정직성(Integrity)을 가져야 한다.

  지도자의 도덕성이나 정직성은 추종자들로 하여금 지도자를 신뢰하게 하고 지도자의 비젼을 받아들이게 하는 자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지도자가 그의 도덕적 원칙을 지키기 위하여 자기희생을 하거나 지속적으로 언행일치의 모습을 보이면 그의 도덕적 영향력은 더욱 강해 진다.

  그 대표적 예가 미국인 목사 마틴 루터 킹, 인도인 변호사 마하트마 간디, 독일인 의사 알베르트 슈바이쳐와 같은 인물들이다. 위에 든 세 사람은 모두 어떤 도덕적 원칙을 지키기 위하여 자기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이다. 킹 목사는 흑인의 인권신장을 위하여 비폭력 저항운등(이 점은 그가 신학교에 다닐 때 간디의 자서전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함)을 하다가 암살되었다. 간디는 가난하고 억압 받는 인도인들을 해방시키기 위하여 “자기희생을 통한 정의 추구”라는 원칙을 추구하며 단식이라는 비폭력주의 방식을 이용하였다. 그도 킹 목사와 같이 암살되었다.
 
슈바이처는 신학자와 올가니스트로서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늦게 의학 공부를 하여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아프리카의 가봉에 가서 현대적 의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흑인들을 평생동안 진료함으로써 “생명에 대한 외경정신”을 몸소 실천하였다. 그들은 모두 공적인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지도자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숭고한 도덕성 때문이었다.
 

 (3) 지도자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집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용기
 
(Courage)를 가져야 한다. 지도자는 사회나 조직의 공동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실패의 모험, 저항의 도전, 심지어는 암살의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만일 지도자가 용기와 불퇴전의 의지가 없다면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지도자가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려면 전면에 나서서 이끌어야 한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전면에 선 지도자”의 대표적 예이다. 그가 그리스로부터 페르시아 제국을 거쳐 히말라야 산맥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정복하여 “아시아의 제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대담성, 지칠 줄 모르는 정력과 불퇴전의 결의 때문이었다. 용기 있는 지도자의 예를 현대에서  한 사람 더 든다면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다.
 
1960년대 초 소련이 쿠바에 미국 심장부를 겨냥해 미사일을 설치하려 했을 때 케네디 대통령은 3차 세계 대전의 위험을 무릅쓰고 단호한 결의로 미사일을 싣고 오는 선박을 해상 봉쇄한 사건은 지도자의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용기는 반드시 군 지도자나 정치 지도자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슘페터라는 경제학자는 한 나라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모험심 있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업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험심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4) 지도자는 관용(Tolerance)과 금도가 있어야 한다.

  지도자가 관대하지 못하면 그 사회는 갈등과 보복의 악순환에 빠진다. 한국에 여덟 분의 대통령이 거쳐 갔지만 대통령 기념관 하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역사 바로 세우기”, “과거 청산” 등을 내세워 전직 대통령들에게 보복했고 그래서 대부분이 임기 후 불행한 생을 살았다. 그것은 전임자의 치적과 그 역사적 의의를 부인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결국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지도자가 관용성이 부족하여 사회 갈등과 불신이 조장된다. 전임자를 비난하고 깍아내리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 되어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전임자에 대해 관용하는 지도자가 요구된다.

  “관용의 지도자”의 대표적 예가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이다. 만델라는 백인 정부에 의해 27년간 감옥 생활을 하였다. 그는 출옥 후 1994년에 극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취임사에서 “나는 여러분의 공복입니다.
 
나는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로 여러분에게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위대한 한 팀입니다.”라는 겸허한 말로 과거에 그를 핍박했던 모든 사람들을 용서했다. 그 취임식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드디어 안도의 마음을 갖게 되었고 모두가 깊이 감동했다. 그러한 새 지도자로 인해 오랫동안 흑백인 간에 심각한 갈등이 있어왔던 남아공은 그들 간에 정권 교체를 이루었음에도 큰 사회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5) 지도자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열린 마음(Open mind)을 가져야 한다.

  지도자의 눈과 귀와 마음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긴 해도, 특히 그를 비판하는 집단에게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한다. 지도자의 열린 마음은 그를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게 하고 공정성을 갖게 한다. 그것은 결국 지도자에 대한 구성원들의 폭 넓은 신뢰성을 확보하고 구성원 간의 유대의식을 강화하는 길이 된다. 지도자는 구성원들에게 지위, 명예, 권력, 기회, 물질적 보상을 배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도자의 마음이 모든 구성원들에게 열려있지 않으면 그들은 지도자에 대해 불신과 불만을 갖기 쉽다.
 
지도자가 만일 일부 구성원만을 편애하게 되면 편애 받는 구성원들과 타 구성원들 간에 알력이 생긴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공정성을 보이기 위해서 전체 구성원에 대해 관심을 고루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 지도자는 세계로 향해서도 마음이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있어서 타민족 혐오주의자나 폐쇄적 국수주의자는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6) 지도자는 자신의 책무와 그 조직의 미래와 구성원의 복지에 대해 강한 책임감(Responsibility)을 가져야 한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장군이 2차 세계 대전 때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실행하기 전날 밤 상륙작전의 예상된 결과에 대한 보도 자료를 미리 작성해 두기 위해 (상륙작전 이후에는 곧 바로 유럽 내륙으로의 진격을 개시해야 하기 때문에 보도 자료를 준비 ? 발표할 경황이 없을 것에 대비하여) 발표문 두 장을 작성했다. 한 장은 상륙작전의 성공을 예상한 것이고 다른 한 장은 그 작전이 실패할 것을 가상한 것이었다.
 
그는 첫 발표문에서는 도버해협의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애국적 미국 장병들이 용감하게 싸웠기 때문에 상륙작전이 성공했다는 요지의 글을 썼고, 둘째 발표문에서는 미군 장병들이 목숨을 걸고 용감하게 싸웠지만 지휘관의 잘못된 전략 때문에 상륙 작전이 실패했다고 글을 썼다. 이것은 성공의 공은 부하에게 돌리고 실패의 책임은 지휘관이 스스로 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훌륭한 지도자의 모습이다.

  지도자는 자신이 이끄는 구성원들의 안녕 복지에 대한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1912년 영국의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가 처녀 항해의 길에 올라 캐나다의 뉴파운드랜드 근처에서 빙산에 충돌하여 침몰했을 때 선장이 보여준 모습은 그의 강한 책임감을 나타낸 것이었다. 선장은 그가 타고 도피할 수 있는 구명정이 준비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침몰하는 배에 남아 끝까지 승객들을 구조하고 남아 있는 다른 승객들과 함께 북대서양의 차가운 바다에 빠져 죽은 모습은 선장으로서 승객의 목숨에 대해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7) 지도자는 그의 책무 수행과 집단의 장래에 대해 능동적이고 낙관적인 태도(Yes attitude)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지도자에 대해 믿음을 가지며 집단의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헌신감을 갖는다. 사실, 아무도 절망에 빠져 있는 지도자는 따르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60~70년대에 경제개발 계획을 의욕적으로 추진한 근 20년간,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도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라는 적극적 정신을 국민들의 마음속에 심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그러한 적극적인 국민정신의 바탕 위에서 경제개발 정책과 새마을 운동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나는 현대 그룹을 창설하고 크게 키운 고(故) 정주영 회장님을 생전에 개인적으로 자주 만난 일이 있다. 그는 기업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분이 한 번도 낙망하는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없다. 그는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그 까짓것 가지고 뭘 걱정해!”라는 말을 하시곤 하였다. 그러한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정신이 오늘의 현대그룹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4. 맺는말
  지도성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되는 것이다. 지도성은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성격 특성이고 능력이며 인간관계의 방식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모두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나는 로타리 활동은 여러분의 지도성을 개발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는다.

  간디는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면 남을 다스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인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처음으로 정복한 위타커는 “당신 자신-당신의 의문과 두려움-을 정복하지 못하면 결코 높은 산을 정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도성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지도자는 다른 사람을 다스리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먼저 다스려야 하고 자신에 대한 의문과 두려움을 먼저 극복해야 한다.
 
로터리 클럽은 지도성을 배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훈련장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 동안 로타리를 통해 많은 훌륭한 사회지도자가 배출되었다. 지금 사회 각 분야에서 “지도성의 위기‘에 처한 한국사회는 새로운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비젼과 도덕성을 갖춘 지도자, 관용과 화합의 지도자, 세계적 안목과 전문적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참석하고 계신 로타리 클럽 회원 여러분은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탁월한 지도자의 역할을 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기사입력: 2005/04/26 [16:23]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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