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재하풍
 
최훈영 기자

 호랑이도 온전한 것은 아닙니다. <호랑이는 착하고 성스럽습니다. 문채가 곱고 싸움을 잘합니다. 인자하고 효성스럽습니다. 어질고 슬기롭습니다. 날래고 엉큼스럽습니다. 사납고 세차기에 대적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하나, 비위,죽우,박,자백이 호랑이를 잡아 먹습니다. 오색사자는 큰 나무가 서 있는 산 꼭대기에서 호랑이를 잡아 먹고, 표견은 날면서 호랑이와 표범을 잡아 먹고, 황요는 호랑이와 표범의 염통을 꺼내어 먹고, 활은 호랑이와 표범에게 일부러 삼키었다가 그 배 속에서 호랑이의 간을 뜯어 먹고, 추이는 호랑이를 만나기만 하면 곧 찢어서 먹습니다. 호랑이가 맹용을 만나기만 하면, 호랑이는 감히 눈을 뜨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사람은 그 맹용을 두려워하지 아니합니다>
 
모든 개체가 불완전 속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큰소리로 꾸짖고 있는 호랑이에게도 약점이 많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에 밭갈이 나온 농부마저 서글픈 그림자가 우뚝 다가서게 됩니다. 밝아 오는 햇살은 햇살대로 커갑니다. 농부가 풍기는 고달프고도 서글픈 그림자는 그대로 커가는 것이 마지막 장면입니다. 교묘한 갈림길이 있습니다. 상관없이 자라나는 두 개체가 맞서고 있습니다. 볼품없는 북곽을 우러르기만 하고 부러워하던 농부의 모습이 가련한 그림자로 읽는이 머리에 들어 옵니다.
 
볼품없는 북곽도 독자에게 그렇게 느껴질 뿐, 복곽 자신은 한결 온전 속에 살고 있습니다. 똥구덩이에 빠진 북곽을 호랑이가 더러워서 잡아 먹지 아니하고 가버린 것인데 북곽 자신이 생각하기로는 감재하풍(敢在下風)이라는 유식한 문자를 사용했기 때문에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지 아니하고 살아난 것인 줄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벌꿀을 따먹는 사람, 누에집을 허물어서 실로 만드는 사람, 전쟁 병기를 자꾸 만들어서 서로 죽이기 하는 짓이 사람이 행하는 나쁜 짓입니다.
 
동리자의 아들 다섯은 형제간이기는 하나 성이 각각 다른 형제라고 합니다. 우스운 일입니다. 그들에게는 티끌 만큼의 번뇌가 없고 고민도 없습니다. 흘러가는 구름 모이듯 햇지마는 그들은 사이 좋게 소근소근합니다. 그들에게도 풍류가 있습니다. 그들이 부른 노래는 <강 북녘에 닭이 울고, 강 남쪽에는 별이 반짝이는데, 어이 그리 북곽선생 닮았느뇨>였습니다.
 
어미를 생각하는 쪽으로는 거리가 멀고, 천년 먹은 여우가 북곽 탈을 썼다는 곳에 듯이 모여지고 그놈의 여우를 잡아서 나누어 가지자는 곳으로 뜻이 모였습니다. 이들 다섯 형제는 사이가 좋으면서도 상관없는 개체가 되고 있습니다. 이들 다섯 형제가 생각하기로는 자신들이야 말로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읽는이에게 우스울 뿐, 자신들은 당당합니다.
 
<호랑이 꾸짖기>속에 들어 있는 모든 개체에게 보내어지는 웃음은 조롱과 야유 쪽에서 나오는 웃음이 아니고, 가련함과 서글픔을 낳기 위한 웃음 그것입니다. 이것이 그저 웃고 마는 웃음이 아니고, 웃음 속에 강렬한 뜻을 지니는 그런 웃음입니다. 강렬한 뜻이 가련함과 서글픔입니다.
 
북곽선생은 누구를 비유했을까. 송시렬을 비유했을 것입니다(順庵說)리 이를 비유했을 것입니다(老石說) 호랑이는 누구를 비유했겠습니까. 호랑이는 조선학(朝鮮學)을 비유했고, 북곽은 주희학을 비유했습니다.(老石說) 
(배달겨레 문화사)
기사입력: 2005/04/27 [11:41]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감재하풍] 감재하풍 최훈영 기자 2005/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