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옷을 입고 있는 “동북아 균형자”
정부당국의 뒤 늦은 해명자료를 접하면서
 
박태우

 어느 나라나 국가의 원수가 갖고 있는 말의 무게는 무겁다 못해 바위 덩위 만큼의 위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28일자의 한 신문의 칼럼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장부의 한마디가 천금의 무게를 갖는다면 4000만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의 한마디는 억 만금의 무게를 갖는다는 행간의 뜻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전환기적 시대상황에선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같은 맥락에서 그 칼럼의 저자는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가 갖고 있는 역사적 무게를 잘 지적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레토릭(rhetoric)의 대가였던 빌리 브란트 총리도 재임 시에 자기 보다 많은 연봉을 주면서 명문장가인 클라우스 하프레히트를 연설문 작성자로 초빙했다. 총리의 말이 갖는 무게 때문이라 할 것이다. 국가 정상의 말은 곧 국가의 행동이다 전시엔 포탄으로 말을 한다면 평시에는 말로 대결한다.는 문장들을 통하여 억 만금의 무게를 갖는 대통령의 말을 잘 비유하고 있다. 상당부분 많은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근자에 우리의 주요언론들의 보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소위 동북아 균형자론일 것이다. 노 대통령의 공식적인 언급 이후, 우리사회의 언론 및 학계에서는 찬반(贊反)을 놓고 많은 설전을 벌여 왔다. 급기야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가 27일 그 동안 논란이 되어온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한 종합 해설자료까지 내어 놓았다. 
 
필자도 이 균형자론을 놓고 많은 칼럼을 썼다. 그러한 칼럼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국력(國力)일 것이고, 그 만큼 나라의 힘이 뒷받침되면 저절로 균형자조정자든 하게 되어있는 힘에 기반한 국제사회의 작동원리를 이야기 하곤 하였다.  
 
굳이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고, 우리의 외교역량이 아직은 더 많은 준비와 연구를 요하는 상황에서 국가의 원수가 공식석상에서 한 말 자체가 국제사회에 어떠한 파장을 가져왔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NSC가 밝히고 있는 전통적 균형자론동북아 균형자론의 차이는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다.
 
처음에 대통령이 언급을 할 때에는 우리의 목표 및 수단이 동아시아에서의 잠재적 패권국(hegemon)의 등장에 대한 적절한 견제장치의 활용을 한미동맹에 기초한 타국과의 연합 및 조정자역을 통해서 하겠다는 것에서 그 의미를 찾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다듬어서 내어놓은 이론적 받침은 중견역량 이상의 국가적 힘을 배경으로 잠재적 갈등과 분쟁상황을 예방하고 지역 평화 협력질서 구축의 촉진자(facilitator)가 되어서 지역의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목표를 추구하는 수단은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경.연성국력, 예를 들면 자위적 국방력, 경제력, 외교력, 문화역량 등, 을 기존의 한미동맹의 틀 내에서 잘 활용하여 동북아지역의 안보협력을 우리에게 효율적인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NSC는 무력이나 힘의 사용에 의존하지 않고 중견국가 위상에 맞는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고 평화의 균형자라는 개념은 국제정치학에서 이야기하는 전통적인 균형자(balancer)개념이 아닌 조정자(mediator)화합자(harmonizer)의 개념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다.
 
특히나, 우리 국력의 한계를 문제 삼는 필자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아들여서 연성국가(soft power nation)라는 개념으로 균형자론의 실천적인 측면에서의 현실성에 대한 보강을 통해 기존의 주장에서 한발 후퇴한 느낌이다.  우리 정부는 군사력과 경제력에서의 열세를 국제사회에서의 조정자 역할을 하는 데에 핵심적인 요소인 민주주의 역량, 외교력, 의제설정능력, 문화역량 등의 비(非)정치경제적 분야에서의 증가된 국가이미지를 통해서 보강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처음에 대통령의 발언직후, 측근이 해명한 남방삼각동맹이니 북방삼각동맹이니 하는 설 익은 개념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전문가들의 비판을 방어했던 것 보다는 내용면에서 체계화되고 이론적 적실성을 더 갖춘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정부가 주장하는 연성국가의 이미지가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수준인지는 정확한 고찰을 해야 한다.
 
앞으로 그러한 목표를 향해서 가야 한다는 당위적인 주장을 하는 훌륭한 근거는 될 수 있어도, 우리의 연성국력이 한반도의 주변국가들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는 지는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설픈 조정자를 자처하면서 미국과의 관계설정도 다소 애매하게 이야기 했던 초창기의 수사보단 한미동맹이 중국.일본과 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지렛대(leverage)로 우리의 필수적 자산이라는 견해를 담은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 번에 홍역을 치른 동북아 균형자론의 논쟁을 통해서 얻은 것은 하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어디에 위치에 있으며 앞으로 갈 길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득(得)이 있는 반면에 용어의 명확한 정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반론적으로 사용한 균형자론이 우리들의 우방들에게 약간의 오해를 불러 일으켜서 외교가에 혼선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필자가 한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리정부가 이야기하는 연성국력인 민주주의 역량, 외교력, 의제설정능력, 문화역량 등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국방력이나 경제력이라는 경성권력의 토대 위에서 자생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풍족한 경제적 토대 위에서 꽃이 피는 것이고, 외교력은 더더욱 우리의 국방력, 경제력의 지수와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의제설정능력이나 문화역량은 우리 국민들의 창의적인 인성 및 노력에 달려 있지만 이 역시 풍족한 경제력의 바탕 위에서 더 잘 피어날 수 있는 꽃일 것이다.  필자는 지난 번 칼럼을 통해서 동북아균형자론의 첫 번 째 시험대가 꼬여만 가는 6자회담에서 우리가 얼마나 창조적인 조정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서 보여질 수 있다고 주장을 한 기억이 난다.
 
어떻게 해서든지 한반도에서의 다자안보체제의 마련의 초석이 될 이 6자회담을 살려내어서 우리정부가 주장하는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연성권력인 외교력과 의제설정능력이 튼튼함을 보고 싶은 것이 우리 국민들이 열망이다.  참으로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우리의 외교가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제는 우리의 가장 큰 안보문제인 6자회담에서의 우리의 국익에 상응하는 역할을 증명 함으로서 동북아 균형자론이 굳건히 설수 있는 공간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관념(觀念)으로만이 아닌 실질적인 역할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 필자는 요즈음 아무리 바빠도 거의 하루에 한 편의 칼럼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현안(懸案)들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필자가 생각하는 적절한 처방 및 대안(代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작업은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과 지적(知的)으로도 많은 연구를 요하는 매우 힘든 작업입니다.
 
열악한 여건에서도 펜을 들어야만 하는 난세에서의 지식인(知識人)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조그마한 충정(忠情)에서 저의 왕성한 글쓰기 활동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일부 독자들이 필자와 다소 다른 견해(見解)를 갖고 있다고 해도, 항상 예의를 갖추어 논리를 갖고 필자의 의견을 비판해 주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기사입력: 2005/04/28 [14:41]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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