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종전 30년 특집 왜, 필요한가
언론, 한반도주변 안보상황 정확히 전달할 때
 
칼럼니스트 박태우


필자처럼 한반도 주변 및 국제정세의 흐름에 하루하루를 노심초사하면서 진실파악을 위한 노력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일반국민들이 그냥 지나칠 사안(事案)들도 더 민감하게 눈과 귀속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도 우리나라의 4월말이 주는 봄기운은 ‘어찌 말로 형용할 수 있을까’ 하는 정도의 아름다운 자태와 감동을 전해준다. 벚꽃과 노오란 개나리가 세를 다하니, 산야의 언덕 위엔 분홍, 진분홍의 옷을 입은 진달래, 철 쭉이 온 산을 물들이고 있다. 필자가 학자이전에 시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은 감탄과 황홀 그 자체이다. 
 
모처럼 충청도의 고향 선산에 가서 아버지의 산소주위를 돌보던 이 번 주말의 추억이 지금 이 순간도 오버랩 된다. 지금 이 늦은 시간에 이렇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렇게 컴퓨터의 자판을 두들기는 이유가 있다.  고향집에서 쉬면서 TV를 보던 중 오래만에 다큐멘타리를 보게 되었다. KBS스페셜이 베트남 종전 30년 특별기획으로 KBS와 베트남 TV가 공동으로 제작한 ‘호지만 루트’라는 프로이다. 평소에 연예.오락 프로보다는 사극(史劇)이나 다큐를 즐기는 필자는 한국군의 베트남전쟁 참전을 지금 이 시대의 베트남의 지식인들이 어떻게 보고 있을까 매우 궁금하던 차였다. 
 
1시간 정도 진행된 이 프로를 보면서 필자의 뇌리에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한 생각이 스쳤다. ‘공산화혁명’을 성공시킨 호지민이라는 베트남 민족지도자를 칭송하는 기조로, 그 당시 전쟁에 직접 참가해 혁명의 전사로 자처했던 군인들이나 민간인들의 인터뷰를 통하여 미국이 그 전쟁에서 그들에게 ‘얼마나 물리쳐야 할 외세’로 인식되었는지를 행간의 뜻으로 계속 전해주었다. 
 
필자는 이 프로를 보면서 알게 모르게 약간의 걱정을 하게 되었다. 공산혁명을 성공시킨 호지민을 중심으로 한 공산민족주의세력은 무조건 신성한 것이고, 이 공산혁명을 저지했던 ‘미국의 참전은 배척되었어야 만 할 외세’라는 베트남전 현지 참전인 들의 인터뷰를 우리 국민들이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적어도 필자가 보기엔 이 프로가 일반의 시청자들에게 정확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주기 위해선, 그 당시 베트남전이 일어나야만 했던 냉전질서에 대한 정확한 고찰과 함께 미국이 왜 베트남전에서 공산혁명의 불길을 억제 하려고 자유진영의 싸움전사로 그 곳에서 막대한 희생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여러 각도에서의 조명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이 무조건 제국주의적인 의도에서 이 싸움에 끼게 되었는지, 아니면 우리 인류가 키워온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미국 정부의 그 당시 대외정책의 정당성을 어디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호지민을 중심으로 한 베트공은 폐타이어 조각을 끈으로 매달아 신발을 만들을 정도로 강인한 정신력으로 공산화 혁명에 대한 정열을 불태웠지만, 부패할 대로 부패한 월남의 지도부는 월등한 무기와 미국의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정신이 부패하여 그들의 국시(國是)였던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공산세력에게 내주는 베트남의 역사를 갖게 된 것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오히려 편집의 초점을 바로 베트남의 공산화 과정에서 부패한 베트남정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교훈적인 측면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공산화가 성공된 이후 베트공 공산세력은 엄청난 숫자의 지식인 및 과거 베트남에서 브르조아라고 분류되었던 많은 사람들을 숙청했다고 한다. 혁명의 숭고한 가치가 사람의 목숨보다 우선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사회주의 국가로 탈바꿈한 이 나라가 지금은 개혁.개방의 물고를 트고 미국과의 적극적인 관계개선을 통한 경제협력을 추진하면서 경제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가?  과거의 이념적인 적(敵)이 국익 앞에선 허물어 지고 있는 이 현실을 우리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경제적 소득이 수반되지 않는 관념적인 구호가 가난에 허덕이는 백성들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우리는 똑똑히 보아야 한다.
 
북한의 정권은 이 사실을 잘 보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단 1회의 프로만 보고 아직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단지 필자는 우리나라의 군인들이 참가하여 그 때 벌어들인 달러로 우리의 경제성장의 초석으로 활용한 이 베트남전에 대한 우리의 정확한 입장과 그 당시의 상황에서 우리는 이 전쟁을 어떻게 다시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남은 프로그램이 주리라고 기대는 하고 있다. 
 
이런 긍정적이 기대를 하면서도, 언 듯 스치는 걱정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냉전이 해체되고 아무리 이데올로기가 무의미해진 새로운 지구촌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해도, 아직 우리는 공산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악독한 독재정권이라는 악명을 갖고 있는 북한정권과 오늘 이순간도 휴전(休戰) 중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의 훈련된 인민들만이 지상낙원(地上樂園)이라고 한다니 이런 코미디가 어디에 또 있을까? 우리에게 미국은 북한의 김일성 정권이 일으킨 한국전쟁에서 우리의 국시(國是)를 지키게 한 가장 강력한 우방이었고, 지금도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서 우리의 안보.경제 이익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굳이 ‘베트남종전 30주년 기념’이라는 주제로 특별프로를 제작하여 베트남 현지 참전 용사들의 인터뷰가 일관되게 주장한 ‘배척했어야 할 외세’라는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알게 모르게 보여주어서, 우리에게 무슨 득(得)이 있을지 궁금하다.  
기사입력: 2005/05/02 [09:48]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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