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힘내세요"
눈물 겨운 근로자 가족 아빠를 도와주세요
 
김종길 기자

"아빠를 도와주세요"  

저는 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저희아버지께서는..하루 벌고 하루 생활하는 일용직이십니다. 그래도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불편함 없이 부족한거 없이 해주시려 노력하셨고,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실 때 힘든 내색 안 하시며 환하게 웃으시며 들어오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께서 물론 일하는 게 힘드시겠지만 즐겁게 하시리라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께서 파업을 하신다며 오른 쪽 가슴에는 단결투쟁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옷을 입으시고 집을 나서셨습니다. 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뭐 때문에 파업하시는 거지??해서 돈을 받는 것도 아니잖아?? ...
그래서 오늘은 아버지께서 돌아오시면 여쭤봐야겠다..하고는 아버지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힘들어서 축쳐지신 몸으로 집에 들어오셨습니다. 전 그 축쳐진 뒷모습을 보고는 목이 메여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식사를 하시고는 바로 침대에 누우셔서 주무셨습니다. 많이 힘드셨나?.. 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Tv를 보는데 울산건설플랜트노조 파업! 하는 뉴스소식이 나왔습니다. 전 그 뉴스를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뉴스 화면에서는 헬멧 같은 걸 쓰고 방패같은 걸로 막고 방망이를 들고 있는 경찰들 앞에 우리 아버지들이 서계셨습니다.

전 파업이라고 하면 그냥 길에 앉아서 노래부르는 게 다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경찰들은 무서운 동물이 자기를 죽이려 달려드는 냥 방망이로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서 우리 아버지들은 어떤 방법도 쓰지 못한채 맞고 계셨습니다. 아버지들께서는 떳떳한 대우를 받기 위해.. 열정적으로 외치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힘내라는 박수..아니 따스한 눈길하나 주지 않았습니다. 길에 앉아 파업하시는 우리 아버지들을 향해 욕을 퍼붓고 삿대질을 했습니다.  "...!!?" 전 알 수 없었습니다. 무슨 잘못을 하셨길래 저런 대우를 받아야하지??..정말 속상했습니다.. 열심히 생활하기 위해 희망을 가지고 일하시는 우리 아버지들이 저런 파업을 할 때 까지 회사는.. 정부는 뭘 하고 있었던거지?

다음날 또 아버지께서는 어느 해수욕장에 놀러라도 갖다 오신 냥 피부가 까맣게 타서 들어오셨습니다. 전 아버지께 물어보았습니다. " 아버지. 왜 파업을 하시는 거에요?" 하고.. 그러니 아버지께서는 일하시는 곳이 어떤곳인지 말씀해주셨습니다.

점심시간에 아버지에게 전화하면. "밥먹는 중이야", 혹은 "이제 잠 좀자려고" 라는 말이셨습니다. 전 당연히 급식소에서 따뜻한 밥 드시고 휴게실 같은 곳에서 편하게 주무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였습니다. 밥도 아버지께서 사드시고 아무데나 앉아서 드신다고 합니다. 자는 것은 차에서 주무시는데 차를 멀리 나두고 온 날이면 그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서 잠시 피곤한 눈을 붙이신다고 합니다. 8시간 일할거 9시간 일하면서도, 국경일이나 쉬는 날에는 돈을 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전 황당해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힘들게 일하시는지 어떤 환경에서 일하시는지 알고나니..눈물이 앞을가려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우리 아버지들을 격려해줄거라 믿었습니다..하지만 TV나 인터넷.. 그리고 시민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황당하고 안타까운 아버지들의 사연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알려하지 않았습니다. 도와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길을 막고 불편하게 하는 파업을 싫어하고 짜증냈습니다. 파업을 하는 우리 아버지들의 입장은 생각지않고, "에이~ 이게 뭐야!! 길 다 막고 뭐 하는 짓이야? 자기네들 생각만 해? 무슨 조직폭력배야?" 하고...과연 자신이라면..자기가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힘들게 일을 한다면..그런말과 행동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그런 불편들만 말할 수 있을까요.. 1일 8시간 노동보장과 유급휴일 , 주.월차 보장 , 평균임금 하 락을 강화하는 재하청(다단계)금지 , 산업안전 보장 , 노조 인정등을 단체협상 요구 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도 들어주지 않는데.. 좋은 마음으로 열심히 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힘들게 일 하시고 우리들을 위해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서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들어오시는 우리 아버지들...

전 우리 아버지들의 사랑을 알 수 있었습니다. 힘들게 일하시고도 대우 받지 못하시지만, 저희들을 위해 힘들어도 안 힘든척 아파도 안 아픈척..활짝 웃으시며 들어오시는 아버지의 사랑을..우리 아버지들의 마음과 우리 사회의 무관심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축쳐져서 힘들어하시는 아버지.. 하루하루 더 까맣게 타셔서 들어오시는 아버지..싸우고 길바닥에 앉아 단결을 외치시는 아버지..저흰 그런 아버지도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그리고 힘드셔도 꿋꿋이 파업하시는 우리의 아버지들께.. 힘내라는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다시 일 마치고 환하게 웃으시며 들어오시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고싶습니다.
 
여보 힘내세요!
 
이번에 덤프연대 파업을 하기전에는 이렇게 심각한 심각성을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몰랐던게 사실입니다.
 
하루 이틀 생각보다 계속되어지는 파업으로인해 솔직히 생활비 걱정도 되었던건 사실이지만 눈을 돌려 관심을 가지고 뉴스도 보고 남편의 말도 들으니
정말 분하고 억울하고 하더군요.

매일아침이면 새벽같이 나가서 일하고 밤늦게 들어오거나 밤을새면서 차에서 자는 일도 허다한데...그런데도 정작 저희들에게 돌아오는건 매달매달 쪼들리는 삶과 쌓여가는 빛뿐 이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면 어느정도는 넉넉히 살아지는게 당연한거 아닙니까.

정말 어느 분야에서 일하시던지 다들 열심히들 하시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면 이것만큼 힘들고 지치는 일도 없는듯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해도 계속 아둥바둥 살아지는 이유는 다름아님 스트레스를 주는 과적과..악덕 다단계업주들 때문이지요.
 
물론 정부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한둘이 말할때는 귀기울이지도 않더니..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여 투쟁을 하니 이제서야 지금까지는 몰랐다는 듯이 불야불야 해결책을 찾는 모습이 참 한심해 보이고 야속하기까지 하더군요.

이 투쟁의 끝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다들 힘내서 열심히들 수고해주세요.
기사입력: 2005/05/06 [10:01]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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