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신문, 정보 생산과 수용의 예절 미학
정당한 비판과 토론의 자세가 필요하다
 
김대갑 기자

▲오마이뉴스     © 편집부

 
인터넷 신문은 미디어 혁명의 중심이다.

 1차 미디어 혁명은 ‘종이신문의 발행’에 의해 소수가 독점했던 정보를 다수 대중에게 공개한 것이었다. 그에 반해 2차 미디어 혁명은 정보의 일방적인 수용을 거부하고 정보수용자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인터넷 신문의 등장’으로 시작되었다. 

  인터넷 신문은 정보를 축적하고 배치하는 데에서, 그리고 정보를 선택적으로 취합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종이신문과는 질적으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우선 물리적인 시공간의 한계가 없다. 수십년 전의 기사라도 자료 검색을 통해 얼마든지 안방에서 찾을 수가 있다. 둘째, 인터넷 신문은 정보의 일방적인 수용을 거부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에 대하여 언제든지 반론을 제기할 수 있으며, 수용자도 특정 정보를 일정한 범위 내에서 생산하여 얼마든지 유통시킬 수 있다. 셋째, 신속성과 즉시성이다. 전국 각지에 퍼져있는 수많은 ‘시민기자’의 네트워크에 의해 사건 발생 1시간 이내에 그 사건의 전모가 즉각 전국으로 퍼져간다. 그리고 즉시에서 그 사건의 배경과 발생원인, 앞으로의 해결 전망 등이 파악된다.

  위에 예시한 사항은 기존 종이 신문에서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종이 신문은 인터넷 신문의 이런 역동성을 도저히 못 따라온다. 따라오고 싶어도 시공간의 절대적인 제약 때문에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 신문은 기존 종이 신문의 단점을 극복하는 ‘대안언론’으로서만 자신을 규정하는 것을 거부한다. 그 존재양식 자체가 이미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이 전제되어 있는 인터넷신문은 이제는 대안언론이 아닌 ‘뉴미디어’로 봐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흔히 컴퓨터의 등장으로 인해 인간이 몰개성적이며 기계화되고, 수동적으로 바뀐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현재 대중들이 인터넷에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사람’과의 만남이라고 한다.

  대중은 인터넷을 통해 최첨단의 정보를 교류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고 사회관계를 맺는 데 관심이 더 많다고 한다. 따라서 고향의 푸근함이 느껴지는, 인간적 체취가 묻어나는 내용에 먼저 손이 가는 것이다.  이런 예는 미니 홈피인 싸이 월드에서 일촌 맺기가 유행한다든지, 각종 포털 사이트의 카페모임이 활성화되는 것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인터넷 신문에서 가장 인기있는 섹션이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다룬, 수필 같은 기사라는 것에서도 역시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 ‘대화’의 정의는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선술집에서, 혹은 포장마차에서 친구나 동료끼리 나누는 이야기나 주부들끼리의 시장 방담도 다 정보교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이나 방송매체에 자신이 가진 정보를 올리는 것은 다수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욕구의 반영인 것이다. 그리고 이 욕구들이 온라인 신문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이제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 쌍방향성의 최일선에 서있는 사람들이 바로 ‘시민기자’들이며 사람들은 자신과 똑같은 생활인인 이들 ‘시민기자’의 활약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시민기자의 역할과 자세 

  ‘모든 시민이 기자다’라는 슬로건은 인터넷 신문을 기존 페이퍼 신문과 확연하게 구별짓는 것이며, 정보의 수용자가 정보의 생산자로 등장하는 역사적인 순간임을 알리는 말이다. 

  ‘시민기자’는 우리 주변의 생활권에서 흔히 보는 사람들이 자기 직장과 집, 학교, 술집에서 발생하는 생생한 이야기, 그리고 우연찮게 들은 소문, 토론의 자리를 통해 도출된 정보 분석 등을 순수한 시각에서 전달하는 ‘아마추어 기자’들이다. 달리 말해 쌍방향성의 최전선에 있는 엄청난 기자 예비군인 셈이다.
 
  이 기자예비군들이 여러 가지 경로로 생산한 정보를 온라인 신문에 발표하는 순간, 그 정보는 자체의 관성에 의해 네트워크의 바다를 헤엄쳐가는 생물이 된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도덕적 자세와 양심이며, 이 자세는 보통의 건전한 상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것이다. 

  ‘시민기자’가 ‘인터넷 신문’에 기사를 발표하는 순간 그는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실명기자제이다. 그리고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다수에게 이익이 되는 정보, 다수의 건전한 양식을 살찌우는 정보를 생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그 기사를 접하는 정보 수용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겠다는 의사표시인 것이다. 비록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시민기자와 구독자들은 인터넷신문을 통해 끊임없이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이 대화의 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간의 예절이다.
   

   뉴미디어 시대, 올바른 예절이 필요하다.    
 
   뉴미디어인 인터넷 신문은 아직 가야할 길도 멀고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극복해야할 과제중의 하나가 바로 ‘정보를 수용하면서 생산도 하는’ 인터넷 신문 구독자의 올바른 예절이다. 이른바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도덕적 기준이 확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에서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누는 사람끼리 서로 예의를 지키듯 인터넷 신문을 통해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자세의 첫 출발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기사를 애정 어린 눈으로 ‘비판’하는 것이지 ‘비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거의 예외 없이 국내의 모든 인터넷 신문은 등재된 기사에 대한 반론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이 반론기사는 시중에 여론을 불러 일으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검증받지 못한 정보를 대량 유통시켜 오보가 발생하기도 한다.  
  바로 여기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그 정보에 대한 익명가들의 건전한 비판적 자세이다.  자신과 관점이 다르다고 해서 무차별적으로 ‘비난과 욕설’을 일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익명의견’이라는 장치를 악의적으로 사용하여 상대방을 무책임하게 공격하는 자세는 ‘뉴미디어’ 시대에 반드시 없어져야 할 악습이다.
  산업사회가 고도로 발전하고, 인간의 삶이 개인주의화, 원자화되어가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익명의견’란은 이런 세태를 반영하여,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의견을 발표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장치이지 ‘비난과 욕설’로 상대방을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시민기자’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평범한 우리 이웃의 사람들이다. 정보를 끊임없이 수용하면서 이제는 초보적인 수준이나마 정보를 생산도 하고, 유통시키는 보통의 사람들인 것이다. 누구나 다 시민기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다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바로 인터넷 신문을 통해서 말이다. 이런 순수한 아마추어 기자들이 밤새 작성한 원고에 대하여 애정어린 충고의 말이 아니라 익명의 가면에 숨어 무차별적으로 ‘비난과 욕설’을 퍼붓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분명 시민기자 중에는 이런 경우를 당하여 바로 의욕을 상실한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익명으로 무심코 던진 욕설이 그 기사를 밤새 쓴 ‘시민기자’의 의지를 무참히 꺽을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당하게, 예의를 갖추어서 ‘비난’이 아닌 ‘비판’을 하는 자세를 가지자. 시민기자가 좀 더 나은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애정 어린 ‘비판’을 하는 자세를 가지자. 이게 바로 ‘뉴미디어인 인터넷 신문’을 대하는 첫 번째 자세라고 생각한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남을 무차별적으로 욕하는 사람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한편으론 자신이 비겁하다는 생각과 고작 이런 놈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열패감에 휩싸이게 마련이다. 이런 감정에 빠질 이유가 ‘뉴미디어 시대’에는 아예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기사입력: 2005/06/08 [13:22]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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