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설계위한 균형잡힌 정보소통 절실”
노 대통령, 경향신문 창간 60주년 기고문
 
편집부
노무현 대통령은 1일 “도전과 시련을 기회와 도약의 계기로 바꿔 성공신화를 만들어온 국민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한민국은 이제 다시 미래를 향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대적 고비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
노 대통령은 이날 오는 6일 창간 60돌을 맞는 경향신문 기고문을 통해 “21세기 우리가 나아갈 선진복지사회를 향해, 우리의 손자손녀들이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쳐갈 미래를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고 책임 있게 뜻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외면하거나 미룰 수 없는 국가과제로 △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화된 양극화 현상의 해소 △저출산·고령화시대 대비 △제도적 혁신과 인적자원의 고도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국가적 장기 전략 「비전 2030」 △한미 FTA 체결 △국방개혁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평화와 번영의 남북관계 구축 △수도권-지방의 균형발전과 동반성장 정책 △사법개혁과 연금개혁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 등을 꼽았다.

노 대통령은 이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극단주의를 배제해야 한다”며 “합리적 보수, 합리적 진보, 그리고 이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제3, 제4의 길도 추구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와 노력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냉전시대의 교조적인 이념의 잣대와 흑백논리로는 지식정보화시대, 글로벌시대의 미래를 설계하고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없다”며 “미래에 대한 비전과 합리적 선택, 냉철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동의가 중요하고, 무엇보다 정보의 균형 잡힌 소통이 절실하다”며 “의제가 얼마나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설정되느냐에 따라 사회의 흐름이 바뀌고 우리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의제설정에서 언론의 정보 취사선택과 가치판단 매우 중요

노 대통령은 의제설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론과 관련해 “시대가 바뀌면 언론의 역할과 기능도 달라져야 한다”며 “정보가 권력이고, 권력에 의해 정보가 독점되던 시대에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 중요했다. 그러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정보가 홍수처럼 넘치는 지금은 정보의 취사선택과 가치판단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와 타협을 통한 설득과 합의가 국정운영의 원리로 작동하는 지금, 언론은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과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감시와 비판의 역할을 맡은 주체가 스스로 정치화되고 권력화되는 일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성숙한 민주사회에선 사라져야할 금기”라고 입니다.

노 대통령은 “우리 언론문화는 이미 많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정부와 언론과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며 “이렇게 가다보면 정부와 언론이 견제와 균형의 긴장관계를 넘어 창조적인 대안을 통해 함께 목표에 접근해 가는 건강한 협력관계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어렵지만 그런 의지와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참여정부도 역사발전의 다리를 놓고, 새로운 시대의 강을 건너는 소명과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경향신문 창간 60주년 기고문 전문이다.

■ 경향신문 창간 60주년 기념 대통령 기고문

경향신문 창간 예순 돌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해방 이듬해에 창간한 경향신문은 우리 현대사와 영욕을 함께 해 왔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암살되자 두 번이나 호외를 발행했고, 6·25전쟁 발발도 가장 먼저 알렸습니다.

그런가하면 권력의 횡포에 맞서 싸우다 폐간의 수난을 겪었고, 한 때는 권력에 의해 회사가 강제 매각되는 굴욕의 세월도 거쳤습니다. 또 80년 5월에는 신군부의 광주민주화운동 탄압에 맞서 제작거부를 벌이던 많은 기자들이 큰 고초를 겪었습니다.

경향신문의 60년은 우리나라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의 살아있는 역사라 할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60년, 우리는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세계가 놀랄 만한 기적을 만들어 왔습니다.

대한민국은 해방과 분단이라는 기쁨과 혼란, 대립과 좌절의 격동 속에서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희망의 씨를 뿌렸습니다.

우리는 6·25전쟁, 냉전과 남북대립, 4·19혁명과 군사쿠데타, 유신독재와 5·18, 신군부 독재와 6월항쟁, IMF 외환위기 등 끊임없는 격변 속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의 꿈을 이뤄냈습니다. 60년 전 박토의 불모지에 뿌렸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소중한 씨앗이 세월의 풍파를 헤치고 마침내 아름드리나무로 자랐습니다.

보릿고개를 걱정하던 세계 최빈국에서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힘 있는 나라로 성장했습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구하는 것과 같다’는 악평을 들었던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민주국가로 탈바꿈했습니다.

이 모두가 우리 국민들의 덕입니다. 도전과 시련을 기회와 도약의 계기로 바꿔 성공신화를 만들어온 국민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다시 미래를 향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대적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21세기 우리가 나아갈 선진복지사회를 향해, 우리의 손자손녀들이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쳐갈 미래를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고 책임 있게 뜻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화된 양극화 현상의 해소와 이미 눈앞에 다가온 저출산·고령화시대에 대비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또한 우리 사회는 어느덧 급속한 지식정보화시대에 들어서면서 성장은 곧 고용창출이라는 옛 등식이 사라지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업의 투자만으로 부족합니다. 제도적 혁신과 인적자원의 고도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국가적 장기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제시한 「비전 2030」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전략입니다.

한미 FTA 체결, 국방개혁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평화와 번영의 남북관계 구축, 수도권-지방의 균형발전과 동반성장 정책, 사법개혁과 연금개혁,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 등도 모두 우리가 명백히 가야할 길입니다. 무엇 하나 외면하거나 미룰 수 없는 국가과제들입니다.

이제 국가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과거의 방식과 관행, 의식만으로는 우리 앞의 과제들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합리적 보수, 합리적 진보, 그리고 이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제3, 제4의 길도 추구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와 노력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극단주의를 배제해야 합니다. 극단주의는 우리가 거쳐온 60년 현대사의 어쩔 수 없는 그림자처럼 보입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급속한 발전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마지막 시련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좌-우 극단주의, 성장-분배의 극단주의, 진보-보수의 극단주의는 우리의 미래를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사회적 효율성을 확대하며, 공동체의 통합성을 강화하기 위해 밤낮없이 지혜를 모으고 있습니다.

변화의 시대에 살아남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적응하고 도전해야 합니다. 냉전시대의 교조적인 이념의 잣대와 흑백논리로는 지식정보화시대, 글로벌시대의 미래를 설계하고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없습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합리적 선택, 냉철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동의가 중요하고, 무엇보다 정보의 균형 잡힌 소통이 절실합니다. 의제가 얼마나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설정되느냐에 따라 사회의 흐름이 바뀌고 우리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된 시대에는 견제와 비판이 언론의 첫 번째 사명이었습니다.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고 일탈한 권력 행사를 바로잡아 시민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떻습니까? 우선 권력이 분산됐습니다. 단순히 삼권분립 차원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학계, 경제계 등 모든 영역에서 권력을 나누어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언론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구조도 바뀌었습니다. 일방적인 지시나 통제는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대화와 설득을 통해서만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정치권력 자체도 합리화됐습니다. 제도와 규범이 허용하는 범위를 초과하여 권력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이제 지도력의 위기를 걱정하는 수준에까지 와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면 언론의 역할과 기능도 달라져야 합니다.

정보가 권력이고, 권력에 의해 정보가 독점되던 시대에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정보가 홍수처럼 넘치는 지금은 정보의 취사선택과 가치판단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따라서 언론은 사실을 정확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게 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올바른 공론이 만들어집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설득과 합의가 국정운영의 원리로 작동하는 지금, 언론은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과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민주사회에서 모든 권력은 언론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입니다. 감시하고 비판하기 위해선 감시와 비판의 대상보다 더 높은 공정성과 투명성, 도덕성을 가져야 비판의 정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감시와 비판의 역할을 맡은 주체가 스스로 정치화되고 권력화되는 일은 구시대의 유물입니다. 성숙한 민주사회에선 사라져야할 금기입니다.

우리 언론문화는 이미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와 언론과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유착이나 부당한 공생관계는 더 이상 없습니다.

이렇게 가다보면 정부와 언론이 견제와 균형의 긴장관계를 넘어 창조적인 대안을 통해 함께 목표에 접근해 가는 건강한 협력관계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렵지만 그런 의지와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언론의 새 지평을 열고자 하는 경향신문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횃불로서 그 역할을 다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참여정부도 역사발전의 다리를 놓고, 새로운 시대의 강을 건너는 소명과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창간 60주년을 축하하며, 경향신문의 무궁한 발전과 독자 여러분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2006. 9. 28.
대 통 령 노 무 현

기사입력: 2006/10/02 [11:29]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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