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레스토랑 앞에서 토라지다
 
정성수 시인
통유리창 안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레스토랑 앞을 지나가는데 아내가 말했다. ‘이 집이 돈가스가 유명한 집인데
 
여보, 우리도 수준 있게 칼질 한 번하고 가자’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돼지고기나 두어 근 사다가 푹 삶아서 쇠주나 한 잔하지. 집에 가서’ 그 말에 아내가 갑자기 째려보더니 발걸음도 빠르게 씽씽씽 바람소리를 내며 앞서 간다.
 
아내의 뒤를 따라가면서 생각했다. ‘그래, 칼질하고 커피숍에 들렸다가 당신 좋아하는 노래방에도 가자. 나온 김에’ 왜, 그렇게 말을 못했을까.
 
이 병은 죽어야 고치는 병이구나.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한심한 인간이다.



기사입력: 2006/11/01 [11:59]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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