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시상식 언제까지?
시상식 여전히 나눠주기 시상
 
이준 기자
◇ 월드스타 비는 연말 시상식에 모두 불참을 선언했다.
2007년이다. 연말시상식이 치뤄진 가운데 여전히 우리의 고질적인 나눠주기 시상과 의미없는 수상이 반복될 뿐이 었다. 방송 3사는 저마다 드라마, 음악, 코미디 분야 세 개로 나눠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들에 한해서 시상식을 하고 있다.

이같은 전통은 꽤 오래되었다. 그 사이 한 해 동안 자사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나, 다음해까지 방송되는 프로그램 출연진들 수상의 각축장이 되어갔다. 음악 분야도 더하다. 각 방송사는 저마다 대상을 발표하지만 공통적이지 못하고 선정 방법 등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탓에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점점 이같은 불공정한 시상식에 외면하게 되었고 많은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시청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는 눈 하나 꿈쩍 하지 않는다. 해마다 늘 집안 식구 챙기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 이런 탓에 공동 수상도 허다하다.

최고의 연기력을 뽑는 시상식임에도 신인상 2명, 우수상 2명, 최우수상 2명 등으로 진행되고 심지어 어떤 방송사에서는 대상도 공동수상을 처리할 정도이니 그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음악 분야도 마찬가지다. 방송횟수와 음반판매량, 네티즌들의 투표로 선정되는데, 투표의 경우 조작설이 나돌기도 하는 등 매끄럽게 진행된 적이 드물다.

그런데 올해 음악분야의 시상식이 가수들의 불참 선언이 이어지면서 폐지론이 대두되고 있다. 일례로 MBC는 라디오 방송 시절인 1966년부터 시작된 가요대전의 40년 역사를 추억의 한 페이지로 간직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 이효리도 새로이 소속사를 옮기면서 연말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다. ⓒ
이는 작년 SG워너비의 수상 거부와 함께 불참선언으로 방송여부가 설왕설래했던 전력이 있다. 이어 올해는 양현석이 세분, 빅뱅, 빅마마 등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불참선언과 함께 비, 이효리도 불참을 선언하면서 시상식의 존폐위기가 찾아왔고, 더 이상 시상식을 개최하기 어려운 사정 때문에 MBC는 시상식 대신 가요전으로 대체했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수년 전부터 감지되어 왔으며, 음반판매량과 방송횟수 등의 조건이 있었지만 자사 쇼프로그램과 음악프로그램에 얼마나 출연을 했느냐에 따라서 수상 여부가 갈리는 편파적인 선정 때문에 계속해서 시청자들은 방송 3사 통합시상식을 주장했었다.

올해도 KBS와 MBC에서 통합 시상식을 두고 말이 오갔지만 끝내 이해관계가 상충돼 결렬되고 말았다. 아직까지는 각 방송사들이 저마다 이익을 먼저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통합시상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청률이 곧 광고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에 통합시상식을 할 경우 방송3사의 시청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MBC 음악시상식을 폐지하는데는 시청자들은 환호를 보내고 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힘든 결정인데, 잘 했다.”라는 의견을 보내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매년 한 해를 정리하는 입장에서 상을 주는 시상식은 연예인들에게는 뜻깊은 자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반성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는 중요한 자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방송사들은 저마다 시청률을 의식하며, 자사프로그램 선전에 혈안이 돼 연말시상식을 홍보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점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연말시상식은 언제나 집안 축제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미국을 보면 TV드라마 시상식인 에이미는 50여 년 동안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시상식으로 방송사를 떠나 한 해 최고의 드라마와 최고의 연기자를 선정하고 있다.

◇ 미국 에이미 시상식은 50여 년을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최고의 드라마 시상식으로 꼽힌다. ⓒ
이렇게 오랜 기간을 함께 해왔지만 이렇다 할 잡음이 있지 않고 모두가 에이미 시상식에서 수상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또한 미국 음악 시상식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백상예술대상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그 파워는 미국의 에이미나 뮤직 어워드처럼 강력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마저도 통합시상식이라 할 수 있지만 선정 자체를 두고 말이 많기 때문에 공정하고 깨끗한 시상식에 면모를 갖추지 못했다. 또한 몇 해 전부터 한국 최고의 시상식이라는 타이틀을 무색케 하는 대종상영화제도 마찬가지다. 영화인의 축제의 장이지만 수상자만 참석할 뿐 영화인들의 불참이 이어지고 또한 수상을 두고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우리는 이제까지 수상에만 매달려 축제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수상 여부에 따라 울고, 웃는 그런 때도 엊그제이다. 아예 수상이 불투명한 연예인들은 참석조차 하지 않는다. 이는 방송사에서 이미 선정을 내부적으로 마치고 통보를 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수상의 감격은 한편의 ‘쇼’로 끝이 날뿐이다. 수상한 사람을 축하하고, 수상하지 못한 사람은 아쉬워하는 그러한 감동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다.

결국 미국처럼 권위있는 시상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사 방송프로그램의 홍보를 중단해야 한다. 또한 각 방송사 간의 이해득실을 따져서도 안 된다. 특히, 시상식을 수상에만 집중해서도 안 된다. 한 해 동안 연예계에 종사했던 이들의 수고를 치하하고 연예인들과 시청자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연예인들의 수고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며, 진정한 시상식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연예인들 스스로 거부하기 전에 우리의 고질적인 시상식 문제를 방송사가 나서서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사입력: 2007/01/02 [14:19]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