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핫 키워드 검색어 된장녀!
 
이준 기자
네티즌의 ‘된장녀’ 논쟁은 갈수록 더해지고 있는 듯하다. 특히, 대다수 남성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그들이 ‘된장녀’의 교과서로 말하는 미국TV시리즈가 있다.

바로 ‘섹스 앤더 시티’. 벌써 6시즌까지 방송되며 미국에서는 종영이 돼 영화화한다는 소식까지 들리는 이때. 너무나 때 늦은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도 케이블 ON STYIE에서 방송되고 있으며, 케이블 채널에서 이례적으로 시청률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다.

또한 많은 여성들이 이들의 삶을 부러워하며 흉내 내거나, 극중 주인공으로 나오는 캐리의 칼럼 내용들이 명대사가 아직도 인터넷 망망대해 바다를 떠돌고 있으니, 아직 한창 인기몰이 중인 게 사실이다.

그렇게 점심 먹을 돈은 없어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명품에 혈안이 된 그녀들을 지칭하여 ‘된장녀’라 부르고 있는 지금, 여기에 확실하게 불을 붙여준 장본인이 있다. 그것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이다.

두 작품 모두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뉴요커들의 일과 사랑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섹스 앤더 시티>는 좀 더 노골적이다. 4명의 뉴요커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그리면서 이와 함께 성적인 부분까지도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극중 주인공 캐리, 샤만다, 샬롯, 미란다는 친구로 각자 칼럼니스트, 홍보대행사 이사, 큐레이터, 변호사 등 커리우먼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일도 중요하지만 사랑도 중요하다. 그리고 보너스로 명품 가방, 구두, 옷을 입는 일도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다.

캐리의 경우 극중에서 명품 구두 마놀로 블라닉을 구매해 방세를 내지 못해 헤어진 남자친구 빅의 집으로 가는 설정이 나올 만큼, 그녀는 슈즈홀릭이다. 그녀는 구두는 여성들이 신을 권리가 있는 것으로 여기기까지 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미국판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와 초짜 신입사원 앤드리아의 일과 사랑을 담은 이야기이다. 냉정한 미란다 편집장은 모두가 알만큼 성공한 여성으로 자신의 일에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이며, 패션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경멸할 만큼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

반면 앤드리아는 패션의 ‘P´자도 모를 정도로 패션감각이 꽝인 여성으로 우연치 않게 미란다 비서로 취직하게 된다. 그렇게 미란다의 비서로 일하면서 그녀도 어느 틈엔가 명품으로 치장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곧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찾아 떠난다는 내용이다.

전반적으로 두 작품 모두 히피족 여성들의 일과 사랑, 성을 그린 작품이지만 간간이 혹은 자주 등장하는 명품 브랜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등장한다. 샤넬, 마크 제이콥스, 돌체 앤 가바나 등 그리고 그러한 옷을 입기 위해 다이어트에 돌입하고, 비싼 값을 지불해서라도 손에 넣어 자기만족을 꾀한다.

이런 점이 바로 ‘된장녀’ 논쟁의 핵심으로 증거라 말하고 있다. 대부분 남성들은 이런 여성들을 따라하는 모습을 비꼬고 있다. 하지만 실상 두 작품 모두 면밀히 살펴보면 ‘된장녀’와는 다르다.

<섹스 앤더 시티> 3시즌을 보면 4명의 뉴요커 여성들이 천사의 딸 로스앤젤레스를 찾지만 그곳에서 느낀 외모지상주의에 환멸을 느끼고 뉴욕으로 돌아오는 내용이 있다. 결과적으로 그녀들은 외모와 멋을 위해서만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그녀들이 브런치를 즐기고, 값비싼 명품을 사는 것은 그만큼 자신들의 일한 대가를 보상받는 것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명품 옷을 입으며 미란다의 비위를 맞추지만 후반부에 이르러서 앤드리아는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그리고 미란다 역시 그런 앤드리아를 위해 추천서를 써준다.

결국 두 작품 모두 현실에서 겪는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현실적으로 그리며, 때론 재미와 웃음을 주기 위해 마련한 장치들이 진정한 작품의 진심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남성들도 이를 악용해 ‘된장녀’라는 가상의 인물집단을 만들어 매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남성네티즌들을 향해 여성네티즌들도 이 같은 발언을 한다. “작품의 본질 따위에 상관없이 일부 여성들의 따라쟁이 놀이 이야기를 대부분의 여성으로 만들어 ‘된장녀 놀이’를 즐기고 있는 것이 남성들이다”라고 말이다.

어쩌면 그렇다. 애초부터 된장녀는 실존한 인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일부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즉, 된장녀의 논쟁 자체가 벌어지는 형국이 이상한 일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중에 정말 그녀들의 이야기 본질 자체를 알지 못한 채 따라하는 일부 여성들이 있지만 그것이 대부분의 여성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부에 의해 다수가 피해를 받고 매도당하는 일은 성숙하지 못한 사회의 한 단면이다. 더욱이 언제나 늘 그렇듯, 스타를 무작정 동경하며, 쫒는 일들은 언제나 벌어지고 지금도 그런 일들은 일어나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더 ‘된장녀’ 논쟁은 무의미하고, 아무런 결론이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해 보는 것은 어떨지.

기사입력: 2007/01/02 [15:29]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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