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간다, 전반적으로 유치해
추억속으로의 시간여행, 90년대 X세대 감성만 자극
 
홍동희 기자
▲언니가 간다    
‘언니가 간다’(김창래 감독, 시오필름 제작)는 전형적인 ‘킬링타임’용 영화다.

영화는 고교시절 바람둥이 남학생을 좋아했다가 보기좋게 차인 뒤 인생이 꼬였다고 생각하는 서른 살 나정주(고소영)가 시간여행을 통해 12년 전으로 돌아가 잘못 채워진 첫 단추를 다시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다소 ‘황당한’ 스토리다.
 
‘마지막 남자’라고 믿었던 첫 사랑 조하늬(이중문)로부터 배신당한 것이 원인이라고 믿는 서른 살 나정주는 12년 전 나정주(조안)를 찾아가 미국에서 온 이모라고 속여 지금은 잘나가는 CEO로 변신한 고교동창 오태훈(유건)과 잘 되도록 돕는다는 설정을 담고 있다.
 
때문에 1994년이 주요 배경인 ‘언니가 간다’는 음악에서부터 의상, 소품 하나까지 1994년을 추억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요소들이 있다.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돼 버린 PC통신, 삐삐, 최고의 인기 댄스듀오 ‘듀스’ 등 영화는 당시 ‘X세대’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러나 그뿐이다. 영화 ‘아파트’ 이후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린 배우 고소영이 코믹 캐릭터를 맡은 것이 눈에 띄지만, 어딘가 어설퍼 보인다.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12년 동안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지닌 채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느끼기엔 고소영이 연기한 나정주는 너무나 세련돼 보인다.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듯 고소영의 연기는 다른 배역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튀어 보인다. ‘해변의 여인’과 ‘여우야 뭐하니’에서 맨얼굴로 고현정이 보여준 솔직하면서도 서슴없는 캐릭터였다면 어땠을하는 생각마저 든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유치하고 주요 출연진들도 한물간 스타 또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신인배우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런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스포츠월드]
기사입력: 2007/01/03 [14:12]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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