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이 한국드라마 먹여 살린다
 
조호열 기자
한류’의 주역이자 국내 방송콘텐츠의 선두격으로 손꼽히는 드라마가 고질병으로 호된 진통을 앓고 있다.
 
최근들어 TV를 통해 방송되는 드라마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는 여전히 ‘불륜’과 ‘출생의 비밀’이다. 
 
지난해 종영된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와 ‘하늘이시여’등은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 소재인 ‘혼전임신, 출생의 비밀’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준 드라마였으며 지난해 최고의 논란거리를 만들어낸 드라마다. 또한 부부간의 갈등을 소재로한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은 점차 방송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한국 드라마의 ‘뻔한 소재’에 ‘진한 애정행각’을 여지없이 보여준 드라마 ‘나쁜여자 착한여자’가 또다시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MBC 일일드라마 ‘나쁜여자 착한여자’는 지난 1일 첫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극중 인물들의 직업이 의사로 설정된 것에 반발한 서울시의사회가 남부지방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낸 상태다.
 
실제로 ‘나쁜여자 착한여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불륜은 저렇게 하는 거라고 가르치는건가’, ‘부모님과 식사하면서 보기에 부담스럽다’, ‘가족적인 드라마를 원했는데 가족을 버리는 드라마를 하는 의도는 뭔가’등 비난의 글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비난과는 달리 시청률은 18.0%(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방송까지 불륜 거드나
 
드라마 수출이 9년만에 15% 감소라는 타격을 입으며 한류가 위기에 처하자 드라마의 ‘질적 개선’과 ‘장르의 다양화’에 한목소리를 내던 드라마 업계가, 자신들의 다짐은 팽개친 채 연초부터 ‘뻔한 불륜’을 ‘진한 애정행각’까지 곁들인 드라마로 전국의 전파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 부모님과 함께 TV시청을 한다는 대학생 모씨는 “가족들과 저녁식사 하면서 TV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채널을 돌렸다”며 “명랑한 가족드라마도 아니고 불륜은 이렇게 하는거 라고 가르치는 건가”라며 쓴소리를 했다.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본다는 한 50대 여성도 “이해하고 아니고를 떠나 결론은 또 불륜 아닌가”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소재의 다양화를 이루려 해도 사실상 시청률을 담보할수 없기 때문에 익숙한 소재로만 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며 “드라마들의 소재가 비슷하다보니 어느정도 자극적인(?) 논란을 일부러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드라마들이 경쟁을 하다보니 처음부터 아예 논란거리를 만들고 주목을 끄는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또한 익숙한 소재로만 드라마를 만들다보니 일일드라마, 특별드라마, 주말드라마, 아침드라마등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국 가정의 모습은 가히 ‘불륜의 천국’이다.
 
KBS의 방송관계자는 “사실 비난은 시청률과는 거리가 멀다. 드라마는 중독이기 때문이다”며 “욕을 하고 비난을 받아도 시청률이 나온다면 언제든 (그런)드라마는 계속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빅뉴스]
기사입력: 2007/01/08 [11:58]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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