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중심 영화와 흥행
 
이경아 동서울대 교수
장동건 이정재 주연의 ‘태풍’, 권상우 유지태 주연의 ‘야수’, 박중훈 천정명 주연의 ‘강적’, 황정민 류승범 주연의 ‘사생결단’, 설경구 조한선의 ‘열혈남아’, 이성재 최민수 주연의 ‘홀리데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형사, 탈옥수, 마약상, 조폭, 분단 등을 다룬 이들 영화는 대부분 남자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남자영화들’이다. 이들 영화들은 당대 인기스타들을 앞세우고도 흥행에 실패했다.
 
거친 남자들의 숨소리와 누아르 풍의 힘 있는 내용들로 중무장한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나섰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진 못한 것이다. 왜 일까? 대부분의 영화들이 여성관객들의 취향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성관객들의 감성과 휴먼적 취향을 건드리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중문화의 티켓파워는 여성관객들이 갖고 있다. 그들의 관심을 끌기위해서는 무겁고, 심각한 서사구조는 가능한 피해야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남자영화 자체가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한다고 단정짓기는 이르다. 남자끼리의 서사와 남성다움에 있어 새로운 접근과 해석을 내놓는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진부한 소재라도 새로운 접근이 가미된다면 얼마든지 먹힐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왕의 남자’는 그동안 지겹도록 다루었던 연산군과 그 뻔한 폐비 윤씨와의 문제를 다시 그리고 있지만 남사당패라는 새로운 소재를 끌어들여 계급역전을 보여주며(그럼으로써 절대 권력을 비판 조롱하고) 죽음이라는 파멸을 초월하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밝히고 있다. 이 영화는 자칫 무겁고 침울할 수 있는 이야기구조를 남사당패라는 소재를 앞세워 조금은 가볍게 만들었으며, 현실에서 좌절하고 있는 무력한 대중들의 감성을 건드렸다.
그럼 남성영화란 무엇인가.
 
남성영화란 남자들이 나오는 영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남성에게 부여된 사회적 가치와 책무를 지키려는 영화를 말한다. 이런 남성성은 여성을 보호하고 우정을 지키고 가족의 가치를 보존하는 데에서 가장 잘 발현된다.
 
서병기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까지 흥행기록을 새로 쓴 영화들은 ‘쉬리’ ‘JSA’ ‘친구’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웰컴 투 동막골’ 등 대부분 남성영화들이라고 밝히고 특히 분단(전쟁)이라는 역사적 집단체험은 영화 흥행의 주요 코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요즘 남성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에서 정상을 밟은 후 새로운 서사구조와 영상문법을 요구받고 있다. 남성영화를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눈높이가 크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영화인들은 2005년 4월 동시 개봉된 ‘달콤한 인생’과 ‘주먹이 운다’를 그 시험대로 봤다.
 
대표적인 남성영화라 할 수 있는 두 영화는 기존 영화를 답습하지 않은 웰메이드 상업영화였다. 한쪽은 탐미주의적 누아르였고, 한쪽은 인생 막장에 이른 두 남자가 사각의 링에서 벌이는 처절한 한판 승부였다. 두 영화의 대결은 큰 관심을 끌었으나 흥행은 역시 부진했다.
 
그 이전 이미 ‘말아톤’ ‘너는 내운명’ 같은 휴먼 드라마가 대성공을 거뒀는데 비해 이들 남성영화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왜일까? 남성영화들이 새로운 서사구조와 영상문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많은 남성영화들이 제작되고 있고, 또 관객들을 찾아갈 것이다.
 
과연 어떤 모습, 어떤 전략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일지 궁금해진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스포츠월드]
기사입력: 2007/02/05 [10:29]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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