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流보다 정작 韓流가 문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새삼스럽게 일류(日流) 현상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사실 일류가 심각하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한류 현상이 주춤해지면서부터다. 2006년에는 한류가 비록 유럽과 미국에서 약진의 모습을 보였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전체적으로 답보나 축소였다. 이 때문에 한류에 대한 위기의식이 형성되었다. 한류의 진원지는 아무래도 동아시아였기 때문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일본 대중문화는 한국 대중문화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쳐왔다. 그 때문에 시장 개방이 두려웠었다. 그러나 개방 이후, 우려했던 쏠림이나 지배현상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안도하는 사이 이슬비에 옷이 젖어버린 모양이 되었다. 지난해는 어느 때보다 많은 일본 소설이 쏟아져 나왔다. 10년 전에 일본문학은 143종이었지만, 2006년에는 580종이 발행되어 5배 수준이었다. 일본 소설의 출판 러시로 선인세(advance)가 1∼2년 전에 비해 5배 이상 올랐다. 여기에 일본 원작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너무나 익숙해졌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 ‘하얀 거탑’과 영화 ‘미녀는 괴로워’도 일본 원작인데, 충무로에서는 일본 작품을 의무적으로 검토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1년 동안 제작되는 80여 편의 영화 가운데 20여 편이 일본 원작이다. 여기에 일본 인디영화제까지 해를 거듭할수록 성황이다. 한국의 인디 영화는 일본에서 주목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성공한 천만 관객 영화들도 일본에서 참패했다. 케이블 채널에 방영된 일본 드라마는 눈물바다를 만들었고, 인터넷 P2P 사이트는 일본 드라마 마니아들을 몰고 다닌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류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과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시선이 교차한다. 한국 문화산업이 팽창하면서 소재를 일본 원작에서 찾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 많다. 또 일본 작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흥행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또한, 일본 작품은 국내에서 다시 재창작하고 대폭 내용이 수정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점은 한류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아시아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을 탈색시켜,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동아시아인들과는 고민의 대상이 다르다는 점을 말한다. 우려스러워 하는 쪽에서는 일종의 문화지배 현상에 주목한다. 이러다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류 현상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그 현상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태도다. 일류가 호응을 얻는 이유는 한국 대중문화의 결핍 부분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에 주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근원적으로는 일본의 한류에 대한 전면 검토가 필요하다. 한류는 복고적인 코드를 통해 일본 기성세대를 사로잡았다. 일본 젊은이들은 한류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그러나 일류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젊은이들은 향후 문화주체로 성장한다. 문화 산업의 수요자를 형성한다. 그들은 문화의 미래다. 일류가 장악한다면, 한국의 문화를 장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류는 일본 문화의 미래 장악에 역부족이다. 우려의 초점은 여기에 있다. 일류 현상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우리 문화화하는 것이냐다. 이를 토대로 일본 젊은 대중들을 사로잡을 전략 마련이 긴요하다.
 
지금 한국에서는 일류가 옷에 스며드는지도 모르게 가랑비처럼 내려 적셔 들고 있다. 일본에서 한류는 빈 수레가 요란한 꼴이었고, 한국에서는 일류라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몰랐다. 요란한 한류 이벤트에서 정작 돈을 버는 것은 현지 기획사들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는 빈 수레를 더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가랑비를 선택할 것인가. 기로에 서 있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스포츠월드]
기사입력: 2007/02/16 [09:59]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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