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프로마다 똑같은 개그맨들
 
홍동희 기자
추석 연휴 MBC를 통해 전파를 탄 설날 특집 ‘개그맨 총출동’에는 MBC 개그 프로 ‘개그야’의 간판 김미려와 SBS ‘웃찾사’의 김경욱이 출연해 한 무대에서 ‘웃음 대결’을 벌였다. 이날 방송에선 이들 외에도 MBC ‘개그야’와 SBS ‘웃찾사’의 코미디언 30여명이 나와 서로의 개그를 뽐냈다.

시청자 입장에서야 어느 방송사든 상관없이 코미디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웃겨만 준다면야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방송가에선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이런 일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각 방송사의 전속 개그맨 제도가 활발하게 운영되던 시절에는 아예 타 방송사 코미디언이 출연하는 일은 커녕, 타 방송사 코미디언의 유행어나 인기 코너의 소재를 패러디하는 일 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방송사 간 ‘크로스 현상’은 일종의 금기였다.
 
하지만 요즘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타 방송사의 유행어나 꽁트를 흉내 내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때론 타 방송사의 인기 개그맨을 출연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크로스 현상’은 이제 개그 프로를 넘어 쇼·오락 프로나 드라마로까지 번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각 방송사들이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오랫동안 지켜온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경계 허물기는 막을 수 없는 ‘현실’이다. 각 방송사의 공채 코미디언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개그 프로는 이제 거대 기획사들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활동무대도 여의도가 아닌 대학로로 옮겨진 지 오래다. 이미 대학로에서는 이들간의 교류가 활발해져 있고, 방송사를 나누기 보단 기획사를 나누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이같은 현상으로 인해 각 지상파 방송사 고유의 색깔마저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고 있다. 주말 저녁시간대 어느 채널을 돌리든 똑같은 연예인들이 나와 비슷한 소재로 웃음을 전달하는 요즘 오락프로를 보고 있노라면, 개그 프로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스포츠월드]
기사입력: 2007/02/21 [10:13]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