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또 다른 세상을 보다 호수공원
아버지의 ´낡은 카메라´를 추억하며
 
김기영 기자
▲     © 김기영
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 입사한 후 첫 휴일날,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 사용했었던 수동 카메라를 장농 깊숙한 곳에서 집 안 대청소를 하다 발견했다.

저녁에 어머니께 여쭤봤더니, "그거 어디서 찾았니?"라며 마치 모르시고 계셨던듯 물어보셨다. 당신은 20여 년전 아버지께서 하늘 나라로 가신 후 홀로서기 하시며 바쁜 나날 속에 미쳐 아버지 물건 정리를 다 하시지 못한 것이었다. 대답을 듣고, 하나 뿐인 아들로 어머니가 긴 세월 동안 홀로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신 모습이 순식간에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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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월이 지나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을 다니다 다시 공부를 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문득 예전에 아버지 카메라가 떠올랐다. 그리고 영화가 취미였던 터라 사진에도 흥미가 있었다. 그래서 사진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카메라를 찍어 볼려고 책상 위에 두었던 카메라를 찾으려고 했는데, 놓아두었던 자리에 없었다. 어머니께 여쭤봤더니 누나가 왔는데 손녀가 카메라를 보고 신기해하며 만지다가 가져가 버렸다고 하셨다. 조카가 예쁜다고 가져갔다고 하니 삼촌이 되서 다시 뺐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놔두라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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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세월이 흘러 2006년 가을, 일산에 있는 누나 집에 갔다. 사진 공부를 하다가 사정이 있어 새로운 직장을 다니다가 다시 남은 사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나 집 앞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카메라를 얼마 전에 새로 구입 후에 처음으로 공원으로 카메라를 메고 나왔다.

일산은 새롭게 조성한 도시로 아파트가 대부분의 주거 환경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 일산을 찾는 사람들은 삭막한 느낌을 줄 수 있다. 호수공원은 그런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없애고, 일산 시민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자연 휴양림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호수공원의 특징 중 하나는 울창한 나무로 이루어진 향기 길, 넓게 펼쳐진 호수, 100여 종의 야생화, 야외 식물원 등으로 꾸며져 있다. 공원이 워낙 넓고 길어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하는 코스도 만들어 놓았다. 걸어서 산책을 하면 1시간이 훌쩍 넘는 코스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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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는 울창한 나무 숲과 장미 정원, 넓은 호수, 물레방아, 선인장 등 꽃들이 있는 곳 등 다양하게 꾸며 놓았다. 그리고 유치원에서 소풍 온듯한 노란 햇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잔디밭에서 뛰어 놀고, 조깅을 하는 여인, 웨딩 사진을 찍는 연인 등 햇살 가득한 공원에서 행복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방에서 카메라 꺼내 뚜껑을 열고 밧데리와 메모리 카드를 넣었다. 1시간 여쯤 공원을 산책하며 카메라에 공원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담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에 사진을 다운 받아 모니터를 통해 보면서 콘크리트가 가득한 도시에서도 숨 쉴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또한, 빨강, 노랑, 초록 등 수 많은 색깔 들과 생명이 넘치는 모습들을 통해 현실의 삶에서 느끼지 못하는 신선하고 감성적인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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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2/21 [10:3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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