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에 취한 벌에게서 얻는 삶의 지혜
한 가지 일에 전념하는 것이 아름다워
 
정기상기자
 벌이 꽃에 취해 있다. 다른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직 꽃의 세상에 취해 있었다. 아니 꽃이 만들어놓은 꽃가루를 취하기 위하여 삼매경에 들어 있다. 오직 한 마음으로 꽃의 향에 젖어 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한참 동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열정     © 정기상



  바람에 꽃이 흔들리고 있으니,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벌들은 아예 온 몸을 꽃 속에 넣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꽃에 취해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바라보고 있는 눈길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 고개만 들이밀고 있는 벌이 있는가 하면 가슴까지 넣고 흥겨워하고 있는 등 아주 다양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벌들의 모습에서는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들의 행동에서는 머뭇거리거나 주저하는 빛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으며 능수능란하다. 달인이라면 저 정도는 해야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빼어나다. 겁낼 것이 없다는 태도에서 나 자신과 비교가 된다.
 
 
▲경이     © 정기상



  두려움.
  걱정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상이 된 업무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위축되게 만든다. 30 여년이 넘게 해온 일들이니, 이제는 달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음에도 두려움이 앞선다. 어리석은 것인 인생이라고 하지만, 스스로 이해하여도 이해할 수가 없다.


  기우라고 하였던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갑자기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실제로 지진이 일어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살아가면 갈수록 예측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으니,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날마다 접하게 되는 다양한 소식들에 의해 자꾸만 작아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화사     © 정기상


  열정이 넘치던 때에는 큰 소리를 쳤었다. 천하에 무서울 것이 없다고, 고성으로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던 때가 있었다.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믿을 수는 없다. 소심해져버린 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그렇게 하였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나이를 먹어가게 되면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니, 큰 소리를 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시나브로 변해버렸다. 당당하던 모습은 아지랑이처럼 사라지고 매사에 걱정하고 근심하는 초라한 소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나를 보기가 민망하다.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초라한 몰골이 분명 나 인 것을 어쩌란 말인가. 눈앞의 모습이 분명하니, 버릴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삼매     © 정기상



  매화에 취해 있는 벌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다른 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뭐 겁날게 있어?’ 이렇게 되새기면 두려움은 멀어지고 벌처럼 당당하게 변할 수 있다.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서야 하겠다.<春城>
기사입력: 2007/02/24 [09:23]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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