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봉이냐? 대학등록금 천만 원 시대
 
경주 조은뉴스
쌓인 적립금 외면하는 대학들 등록금 인상에 혈안
정부 수수방관에 학생들은 신용불량자로
 
경제성장과 반대로 높아지는 등록금에 합격의 기쁨도 잠시, 대학생 자식을 둔 부모들은 허리가 더욱 휘게 됐다. 예전엔 소를 팔면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해서 대학을 ‘우골탑’이라고 불렀었는데, 그것도 옛말이 됐다. 이젠 연간 등록금만 1천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소 한 마리 팔아서는 어림도 없는 시대가 왔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대학등록금 인상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뤄졌다. 서울대는 신입생의 등록금을 12.7%로 올리기로 했고, 고려대는 지난해 6%보다 1.5% 높은 7.5%로 등록금 인상률을 결정했다. 특수·전문 대학원은 8% 인상된다. 연세대도 학부 8.7%,대학원 7.9% 인상키로 했고, 한국외대는 신입생 6.5%, 재학생 9.8%를 인상한다. 전북대는 등록금을 무려 29.4%로  대폭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등록금 인상에 학생들은 당연히 불만이다. 올해 4학년이 되는 이경희(26)씨는 “올해 등록금 액수를 확인해보니까 입학 할 때보다 백만 원 정도 올랐다. 너무 많이 오른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대학들은 매년 치솟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학 등록금의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턱없이 높다. 실제로 2000년 이후 매년 물가상승률은 2.2~4.1%를 기록했지만 등록금 인상률은 국립대와 사립대 모두 이를 크게 웃돌았다.
 
대학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에 비해 최고 4배 이상 높게 책정되기도 했다. 2006년 물가상승률은 2.2%에 그쳤지만 국립대 평균 등록금 인상률은 8.9%였다. 물가상승률이 4.1%로 가장 높았던 2001년에만 사립대 5.9%, 국립대 4.7%로 유사한 수준이었을 뿐 다른 해의 경우 모두 인상률에 큰 격차가 있었다.
 
이렇게 대학들이 계속 등록금을 올리는 것은 불안한
미래의 대비차원이라

는 지적이 있다. 무엇보다 대학들의 주 수입원이었던 학생 수가 저출산 여파로 줄고 있다. 학생 수 감소는 곧 대학 재정의 축소로 이어진다.

 
게다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교육시장이 개방될 경우 학생의 해외 유출이 심해져 국내 대학의 재정이 더욱 어려워지리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불안해진 미래에 대한 대학의 재원 확보를 위해 앞 다퉈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안해진 대학들의 재원마련 걱정에 반비례해, 대학이 미래를 대비해 비축해두는 저축자금인 적립금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적립금을 학교 발전을 위해 쓴다고 하지만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며 “적립금을 쌓아두기만 하니 등록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실제 서울의 10개 주요 사립대는 최소 300억 원에서 최대 5000억 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립금이 가장 많은 대학은 이화여대로 5421억 원이나 됐다. 홍익대(3304억 원), 연세대(1890억 원), 경희대(1344억 원), 숙명여대(1131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적립금 평균 증가액은 617억 원이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적립금이 이렇게 늘고 있다는 것은 당초 목적인 교육여건 개선 등에 충분히 쓰이지 않고 그냥 쌓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 측에서는 적립금이 대부분 건축, 장학사업 등 지정된 목적으로 사용토록 돼 있는 기금이어서 다른 용도로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또, 교수 숫자가 계속 늘고 있어 연구적립금, 퇴직적립금 등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러한 적립금이 ‘그냥’ 쌓여만 있다는 것이다. 재정의 80%를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대학들이 이러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선 기부금을 적극적으로 모금하고,  적립금을 투자해 수익을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대학들은 이를 모두 거부하고 오로지 학생들에게만 손을 벌리고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기부금 운용 자산이 1백억 달러를 웃도는 하버드대는 미국 주식시장의 직접 투자는 물론 각종 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내고 있고, 기금운용을 위한 투자전문가들도 10명이 넘는다. 또, 올해 40년 만에 수업료를 동결한 프린스턴대는 학교 재정을 등록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부금과 투자수익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한편, 정부 역시 지속적인 등록금 인상에 한몫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부가 계속 뛰는 등록금 문제에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1989년 대학 등록금 자율화 조치 후 등록금은 매년 큰 폭으로 뛰고 있지만 교육부는 대책이 없다. 지난달 ‘2007년 등록금 책정관련 협조요청’이라는 공문을 전국의 대학에 보냈지만 어디까지나 ‘협조요청’일 뿐이다. 구속력이 없는 데다 따르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어 효과는 미미하다. 또,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정원 감소에 대한 고려 없이 대학 허가를 내준 것도 등록금 인상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국가의 대학재정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5월 11일자 국정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대학재정 지원규모는 4조 4878억 원으로 대학재정의 22.7%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8.1%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결국 등록금 인상의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결국 대학당국과 정부의 등록금 인하 노력의 부재가 ‘대학등록금 천만 원 시대’를 연 셈이다. 그러나 대학들이 보기에 이것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예전에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은 국내 대학의 등록금 수준이 1,500만 원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직도 등록금 인상의 여지가 남아있는 셈이다.

한해 천만 원씩 수업료를 내고 대학을 나와도 문제이다. 취직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졸업을 몇 년씩 늦추는 학생들은 이제 흔하지 않다. 덕분에 학부모 속은 까맣게 닳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의 학부모 가운데 4분의 1이 ‘신용불량’이라고 한다. 또,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들 가운데 681명이 이자를 6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불량 상태에 빠져있다. 
 
고려대의 한 학생회 관계자는 “국내 대학들이 매년 발표되는 세계대학 순위에 이름을 올리려고 노력하기에 앞서 학생들의 부담을 먼저 헤아려주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기사입력: 2007/02/24 [09:33]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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