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에 드리운 빨간불
 
변재곤 칼럼니스트
이번 설 연휴 역시 대화의 주제는 경제난과 스포츠에 관한 내용이었다. 삶이 더 고달파졌다는 이야기에선 자기만의 분노를 표출하더니, 어느덧 스포츠로 화제가 옮겨가자 풀 죽은 가장들의 어깨가 펴진다. 나름대로 전문가에 버금가는 분석과 결론을 주저 없이 쏟아내면서 조금 전의 암울한 분위기를 한껏 걷어내 버린다. 그렇다. 지금 우리들 삶속에 스포츠는 힘들고 고달픈 현실에서 내일을 다시 준비하는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대한민국 스포츠가 지금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월드컵 4강과 월드베이스볼 4강의 역사적 감동과 사실은 흘러간 옛 이야기로 전락되고 말았다. 현대야구단은 난파선이 되어 침몰 직전에 있고, 프로구단들은 적자에 허덕이면서 구조신호를 언제 보낼 것인가를 가늠하고 있다. 또한 아마추어 스포츠는 언제 소리 없이 해체될 지 모르는 조각배 신세이다.
 
이 모든 원인의 일차적인 책임은 스포츠 구단과 단체, 그리고 선수들에게 돌아 갈 수밖에 없다. 스포츠 소비자들의 눈과 발은 어느덧 세계화를 이루었는데, 정작 스포츠 현장의 관계자들은 문제의식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개혁의 의지와 시기를 놓치고 만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구단과 감독, 그리고 선수들이 승패에 목을 매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승패에 대해 자유로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승패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은 경기내용이다. 스포츠 소비자들은 승패에 연연하기도 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패배에 대해선 박수와 더불어 기다림의 여유를 보인다. 구단과 선수들이 지금처럼 억압된 승부욕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구단주들이 경기장을 찾아야 한다. 꽃은 사랑으로 큰다고 한다. 그것은 자주 쳐다보면서 부족한 것을 채워주라는 의미일 것이다.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지근거리에서 선수단과 호흡을 같이하는 구단주의 모습이 절실하다. 승패를 떠나 구단주의 뒷모습에서 선수와 관계자들은 좌절감이 용기로 승화되고, 더불어 관중들 역시 위로 받게 될 것이다.
 
선수들의 현실감 부족현상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구단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는 과도한 연봉 요구는 누구에게도 득이 되질 않는다. 칼날을 겨누면 반대쪽 칼날은 자기 자신을 겨누게 되는 것이다. 나는 살고 우리가 죽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스포츠 시장 자체가 커져야 본인들의 은퇴 후 프로그램이 보장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구단 역시 선수는 죽고 구단만 살면 결코 명분 있는 싸움은 아니다. 가장 감동적인 한 장의 사진은 군더더기가 없는 뺄셈의 미학에 의해서 촬영된 사진이라고 한다. 우리가 혹여 자신도 모르게 덧셈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우리 뒤를 돌아보자.
 
정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스포츠산업진흥법’을 원안대로 다시 논의해야할 것이다. 자치단체, 공사, 공단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시민구단들에게 투자할 수 있게끔 작은 물길을 열어 주어야한다. 그 다음은 시장의 논리에 맡기면 된다. 그동안 역량을 축적해온 구단 인적자원들이 큰 물길을 만들어 낼 것이다.
 
국내 방송사의 해외 중계권료 구입에 따른 국력낭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청자의 볼 권리를 보장하는 ‘보편적접근권’에 대한 법 개정이 제도적으로 이루어져야 지금의 유혈경쟁 구도를 마침내 종식시킬 수 있으며, 국내 스포츠시장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역할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역할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파열음 보다는 아름다운 선율을 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자녀들에겐 경험과 패기를, 아내와는 밀렸던 사랑이야기를 올 봄 경기장에서 나누자.
기사입력: 2007/02/24 [10:58]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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