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게임들 흥행 실패 교훈
 
윤석호 CCR㈜ 대표이사
최근 2∼3년 온라인 게임업계 이슈 중 하나는 주요 업체들이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대작 다중접속역할 수행게임(MMORPG)들의 연이은 흥행 실패다. 다들 하나같이 기존의 것들과는 다른 할 거리와 볼거리들을 내세웠으나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는 데 실패하곤 했다.

올해도 기존 게임들의 아성을 넘볼 국내외 대표 게임 업체들의 신작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그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MMORPG 대신 2년 연속 히트작을 내놓은 1인칭 슈팅(FPS) 게임으로 장르적인 급선회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빼고는 차이점은 거의 없다.
 
물론 그동안 기대작들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는 점에서 섣불리 이들의 흥행 성적을 예측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연초 언론매체에 거론되는 기대작들의 경우 게임이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사의 명성, 전작 및 개발자의 이름값 등 확인되지 않은 프리미엄 덕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기대작들이 성공하기 힘들었던 이유는 기존 흥행작과 비교해 그래픽 등 외형적인 부분에서는 진전된 면이 있었지만 기존 성공작들에 비해 기획이 새롭다거나 확 달라진 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은 것도 아니어서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인 경우도 허다했다. 지금 즐기고 있는 게임에서 새로운 게임으로 과감하게 갈아탈 수 있을 만큼의 무언가가 부족하다면 애써 잘 이용하고 있는 기존의 것을 버리고 신작으로 옮겨갈 소비자들은 거의 없다.
 
더군다나 기대작들의 연이은 저조한 흥행 성적은 올해 공개될 신작들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가령 초대형 MMORPG들의 연이은 실패가 대작 MMORPG 개발 여건 자체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는 점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 ‘리니지2’를 통해 국내 블록버스터 온라인 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확신한 업계가 벌써 초대형 RPG 게임 개발 붐이 사그라지는 것을 염려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새로운 인기 장르로 급부상한 FPS 게임도 이와 같은 대작 MMORPG 사례를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사실 게임은 흥행을 점치기 어렵다. 국내 온라인 게임의 역사가 이제 겨우 10년 조금 넘다 보니 변변한 흥행 공식이 정립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고도의 개발 시스템 역시 정착되지 않았다. 연속 히트작을 내놓는 ‘흥행 보증 수표’로 자리매김한 개발자들이 좀처럼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기획 단계부터 이용자들의 숨은 욕구를 파악하는 등 게이머 지향의 개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게이머들은 더 이상 개발자, 개발사의 이름값이나 각종 광고, 프로모션에 기대어 게임을 무작정 선택하지 않는다. 이들은 테스트 기간을 통해 경험을 쌓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얻은 게임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게임을 고르고 있다.
 
연초만 되면 무수히 쏟아진 기대작들이 연말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외형적인 부분에 휘둘려 게임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학습 효과도 충분히 경험했다.
 
한마디로 게임업체들은 기존 성공한 게임들을 답습하는 수준으로 승부를 걸어서는 해답을 얻을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이 다들 고만고만해서 특별히 눈에 띄는 게임이 없다는 점에서 게이머들의 눈을 확 사로잡을 정도의 재미있는 게임을 준비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벌써 제 2성수기 시장인 여름 방학을 대비해 각 게임 업체들의 기대작들이 시동을 걸고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과연 올 연말 이 게임들 가운데 이름값을 제대로 할 작품들이 얼마나 나올지 벌써 궁금해진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스포츠월드]
기사입력: 2007/02/28 [14:57]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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