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美學)! ‘슬로우 시티(slow city)운동’에 관심을
임흥빈 신안1지구 전남도의원
 
호남 편집국
▲  ©호남 편집국 임흥빈 신안1지구 전남도의원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찾아 가장 빨리 배우는 단어가 ‘빨리빨리’라고 한다.

얼마전 도의회 연수 프로그램으로 유럽을 다녀오는 기회가 있었는데 식당에서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면 ‘빨리빨리’하면서 친근감을 보이곤 했다.

어느새 한국인을 상징하는 단어가 빨리!빨리!가 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근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빨리빨리’를 강조했고 그것을 통해 많은 것을 성취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빨리빨리’의 그늘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로 나타나 세계인들의 조롱거리가 된 적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는 속도의 전쟁에 돌입한지 오래다.

이러한 광기적인 속도나 경쟁에서 벗어나 보다 인간적인 삶이 가능한 느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실천한 이탈리아 시골 마을 시장이자 ‘슬로 시티’운동의 창시자인 파올로 사투르니니(Paolo Saturnini)씨가 로베르토 안젤루치(Roberto Angelucci) 슬로우 시티 국제연맹 회장 등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지난 7일 저녁 박준영 전남지사가 주재한 만찬을 마치고 신안군 증도를 찾아 지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연맹에 가입을 신청한 전남 완도군 및 담양, 장흥, 신안군 등 4개 지역을 찾아가 자격을 갖췄는지 심사하기 위해서다.

‘슬로우 푸드 운동’을 한 걸음 발전시킨 것이 ‘슬로우 시티 운동’으로 2000년 7월 이탈리아의 그레베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운동으로 전국으로 확산돼 32개 도시가 참여하고 있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도시들은 자동차 추방, 경음기 사용 금지, 자전거 권장, 보행자 구역 확대 등 시민들의 삶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빨리빨리 살 것을 강요하는 바쁜 현대생활은 인간을 망가뜨리는 바이러스”라고 취임사에서 말했던 파올로 사투르니니(Paolo Saturnini) 시장의 단안으로 이 마을은 ‘느리게 살기’를 실천하는 초유의 슬로우 시티로 거듭났다.

자판기, 냉동식품, 패스트 푸드점, 백화점, 할인마트가 발붙이지 못하게 됐고 주민들은 토속 음식들을 먹고 버스 대신 자전거를 탔다.

1만4000천여 주민들 삶을 바꿔 놓았던 이 운동은 전 유럽으로 전파됐고 현재 10개국 90여개 도시가 슬로시티 국제연맹에 가입했다. 

 파올로 사투르니니(Paolo Saturnini) 시장은 한국을 방문한 지라에서 “8년 전 슬로우 시티를 처음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민들 반발이 엄청났다”고 회고하고 있다.

한마디로 마을 발전은 어떻게 하느냐는 거죠.

나는 ‘전통과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개발을 꾀하면 우리 마을이 진정한 발전을 하게 된다’고 끊임없이 설득했습니다.”

해가 거듭하면서 주민들은 그 ‘진정한 발전’을 체감하게 됐다.

“마을 한복판 광장엔 이 마을에서 나는 흙으로 주민들이 직접 구운 벽돌을 깔았어요.

호넾이 필요하면 새 건물을 짓는 대신 오래된 마을의 성(城)을 개조해서 꾸몄습니다.

마을이 훨씬 운치있어 졌죠.

‘슬로시티’운동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도 늘어나니 주민들 삶이 넉넉해줄 수 밖에요.

지금 그 곳엔 실업자가 한 사람도 없습니다.”그레베 인 키안티 주민들이 느낀 ‘발전’은 관광수입 증가에 머무는 게 아니라 삶의 질이 향상된 것이다.

보물섬으로 불리는 신안 증도가 주민들 스스로 불편을 감내하면서 1999년 이탈리아 중북부의 작은 마을 그레베 인 키안티(Greve in Chiantti)에서 시작된 획기적인 ‘공동체 개조’를 모델로 삼아 슬로시티 국제연맹에 가입되고 한국의 ‘슬로우 시티(slow city)운동’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기사입력: 2007/10/09 [10:08]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