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문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
 
이기춘 영암소방서장
▲   이기춘 영암소방서장  ©  호남편집국
1950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쓰레기 통에서 과연 장미꽃이 피는가”라며 UN에 보고서를 올릴 정도로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낙후된 나라였다. 1960년대에는 당시 아시아에서 제일 잘사는 필리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인당 GNP를 보유하고 있었고, 먹을 것이 없어 가난으로 상징되는“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낙후된 나라였다.

전쟁의 여파로 나라는 분단되었고 국민들은 무지했으며,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나라였다. 1960년대 세계 최고의 후진국이었던 우리나라가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한지 최단 기간만에 고도성장과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정치적으로는 평화적 정권교체와 경제적으로는 OECD가입 등 2011년 G20회의를 주최하는 나라가 되었다. 불과 반세기만에 초고속 성장과 민주적인 정치적 기반을 완성한 나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 각인되고 있다.

초근목피로 겨우 생명을 부지하던 나라가 세계 최강의 나라들과 경쟁하고 세계 최초를 연거푸 경신하는 놀라운 신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러나 국격에 맞지않는 후진적 대형화재와 인명사고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한다면 해내고 마는 저력을 지닌 우리 국민은 잘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던 1970년대처럼 대형화재에 대한 우리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현실적인 냉철한 분석과 판단을 기준으로 우리의 의식을 고양할 시기에 이른 것이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국민의 의식수준은 비례하지 않을 수도 있다. GNP 3만달러를 목전에 두고 세계경제규모 11위를 자랑하는 지위에 올라섰지만 아직 우리는 환경적ㆍ정신적으로 역부족일 수 있다.

고도 성장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암울한 사회제도적 미비한 시스템과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국민들의 현저한 준법의식, 천박한 자본주의에 기인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감 상실은 우리나라가 녹생성장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통해 세계 선진국가가 되기 위해서 선결되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사람이 가지는 인격과 바르게 사는 삶이 가치로 인정받지 못하고 단지 소유의 크기가 사람에 대한 판단기준의 전부인 사회적 환경속에서 우리가 먼저 치유해야 할 과제는 사람의 존재에 대한 우리의 의식과 가치체계의 바른 고양이다.

일 중심적 시스템으로 세계 제일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일본의 자동차 회사 도요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리콜사태를 초래함에 대한 반성으로 사람중심의 경영, 철저한 인재ㆍ품질관리를 우선으로 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혁신의 중심이 사람을 향하고 있다. 사람에 대한 투자, 21세기는 한명의 인재가 20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이다.

2010년 소방정책 최우선 과제는 화재와의 전쟁이다. 화재로 인한 사망률을 10%이상 저감하기 위한 전국 17개 소방본부 및 185소방서가 필승을 다짐하며 선전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화재로 인한 평균 사망자수인 421명의 생명을 지켜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4개 분야 목표를 정하고 12개의 시책을 마련하여 이를 달성 가능하도록 26개의 지표를 정량화했다.

이의 성사여부는 해를 넘어가야 판가름이 날것이나 전국의 소방서마다 이를 지켜내기 위해 펼치는 다양한 전술과 직원들의 일체화된 인화단결은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소득이 되고 있다.

화재와의 전쟁을 통해 인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한 명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을 통해 우리의 정책도 사람을 향하고 있고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다중이용업소에서 발생하는 후진적 화재사례를 막기 위해 우리는 비상구를 확보하고 방화문을 설치했으며, 어린이와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 법을 소급해 가면서까지 우리는 투척용소화기를 능력단위에 맞게 산출하여 설치했다.

경제 성장은 건축물의 초고층화, 밀집화, 첨단화를 이룩했고, 늘어난 자동차는 편리한 이동수단이 되었으나, 신속한 출동에는 지장을 초래한다. 화재현장까지 5분이내에 출동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화재는 초기 5분이 진압 성패의 관건이다. 5분이 넘어가면 화재로부터 지킬 수 있는 것이 없다. 연소확대 방지에 주력해야 할 뿐이다. 그래서 초기 5분 동안에 책임감 있는 역할 수행을 위해서 대상물 관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비상구의 안전관리가 이루어져야 하고 화재로부터 자기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화재보험에 자율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화재안전교육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소방은 5분 이내 현장 도착율을 높이기 위해 소방통로확보룰 위한 홍보와 불법 주정차에 대한 과감한 과태료 부과와 소방용수의 현장급수체제의 전환을 위한 확충과 개보수를 추진하고 다양한 캠페인과 전담의용소방대의 설치 운영으로 소방사각 지대를 해소해 나갈 것이다.

26개의 다양한 전술 지표는 단 한 명이라도 살려보겠다는 것이다. 화재현장은 다양하고 도농간의 편차는 화재원인에서도 극명하게 갈린다.

믿기지 않겠지만 아직도 시골에서 홀로사신 어르신들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사는 곳이 있다. 획일화되어지고 규격화되어지면 맞춤형 안전대책을 만들 수 있겠으나 사람은 다양하다. 사람이 고귀한 이유이다.

화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비결은 변화무쌍한 환경과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응하기 위해 기초체력 연마와 현장 도착율 강화를 위한 부단한 출동로 확보, 초기에 진압가능한 화재진압 기법과 전술 개발로 불철주야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는 데에 있다.

소방을 다시 조직한다는 자세로 전국의 소방관과 의용소방대원 모두가 인화단결하여 부단한 자기노력과 소방안전관리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립한다는 자세로 피와 땀을 쏟아 낸다면 화재와의 전쟁에서 승리는 물론이요 21세기 첨단화시대에 맞는 새로운 소방에 대한 사명의 발견과 진로를 찾아내게 될 것이다.

 

기사입력: 2010/07/15 [15:55]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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