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방미연설문, 美 전문업체가 작성
 
홍성룡 기자
[조은뉴스=홍성룡 기자] 지난달 미국 국빈방문 때 이명박 대통령이 의회와 상공회의소 등에서 했던 연설은 워싱턴에 있는 연설문 전문회사가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그 비용은 4만6500달러(약 51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출처=청와대)

주미한국대사관은 이 대통령의 지난달 11~15일 미국 방문을 앞두고 연설문 작성 전문회사인 웨스트윙라이터스에 의뢰해 이 대통령의 의회 합동연설문 등의 초안을 잡고 수정하게 했다고, <세계일보>가 최근 공개된 미 법무부의 외국로비공개법(FARA) 자료를 입수해 6일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7일 최근 공개된 미 법무부의 FARA(외국로비공개법)자료에서 주미한국대사관이 연설문작성전문회사인 웨스트윙라이터스(West Wing Writers)에 의뢰해 이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을 잡고, 수정했다는 내용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정치계ㆍ기업체 등이 필요로 하는 연설문 작성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업체인 웨스트윙라이터스는 주미한국대사관과 이 대통령의 '미 상공회의소 연설문' '미 의회 합동연설문' '국빈방문 관련 발언문' 작성 등 크게 3건의 계약을 맺었고, 이런 내용을 지난달 19일 미 법무부에 신고했다. 계약서 내용에 의하면 이 회사는 3개 연설문 초안 작성 및 초안에 들어갈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는 메모를 주미한국대사관에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워싱턴 DC 미 하원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마친 뒤 한국전 참전용사인 미 의원들에게 경례하고 있다. (사진출처=청와대) © 호남 편집국

이 대통령은 이 회사가 작성한 초안을 토대로 연설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 대통령이 의회 합동연설 때 6ㆍ25 참전 의원들을 거론하며 이들의 희생에 감사를 표한 것도 이 회사의 충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 연설 뒤 참전용사 출신 의원들에게 거수경례를 해 박수를 받았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 외교전문가는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등에 영어를 잘하고 한ㆍ미관계에 정통한 인재들이 많은데도 이 대통령의 국민방문 연설문 작성을 일개 로비업체에 의뢰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막대한 비용까지 지급했다는 부분에서는 한국의 외교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하는 사례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양정철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연설은 외교에 대한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뿐 아니라 국익이 담겨야 하는데, 이를 외부 영리업체에 의뢰해 초안을 작성하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웨스트윙라이터스에 의뢰한 것은) 주미한국대사관이 청와대 안팎의 여러 의견을 듣는 한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앞서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도 2009년 미 의회 연설 당시 이 회사에 4만달러를 주고 '맞춤형 연설문'을 받았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출처] 조은뉴스(http://www.egn.kr)




기사입력: 2011/11/07 [10:49]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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