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 학생들 위해 조용히 떠나주세요.”
퇴임 2달 앞둔 교장반대로 무산된 ‘교장공모’
 
이길호 기자
교육과정의 특성화와 현장 친화적 행정으로 침체된 교육현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한 교장공모제가 일선학교 교육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특히 장만채 전라남도교육감이 스스로 인사 권한을 축소해가며 실천의지를 보인 조기공약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하부조직의 기득권과 맞물려 제도가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0일 전남도교육청관계자 등에 따르면, 2013년 3월 1일 임용될 공모교장 선정에 앞서 교육여건이 열악한 농어촌지역의 가지정학교(초등11개, 중등7개교)외 내년 2월 정년퇴임을 앞둔 관내 57개 각 초등(35개), 중등(22개)에 대한 교장공모신청을 지난 24일 마감했다.

그러나 교육청의 직권지정이 없는 초,중학교의 경우 이미 가지정된 18개 농촌지역학교를 제외한 대부분 학교가 교장공모에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어 효율성 없는 제도개선을 위한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더욱이 설문을 통한 학부모들의 의견과 교사 및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반영되는 교장공모제가 학교장의 일방적 결정으로 명분용 학부모의견취합과 운영위원회소집 등,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학부모 간 갈등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학생들 교육향상과 학교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제도인줄 알지만 학교장과 교사들의 반발로 어려운 실정이다”며 “해당학교와 도교육청의 의지가 없는 한, 학부모가 원하는 자율적인 공모교장발탁은 사실상 어려운 현실이다”고 말했다.

반대이유로, 주거지와 근접한 학교를 원하는 교사가 공모신청을 하다 보니 “신청자가 다수인 경우 선 후배 간 서로 입장이 난처하고 신임교장이 실적위주의 교육행정을 하다보면 교사들의 업무량이 많아 질것”이라는 교육계의 통상적인 견해다.

또, 임용될 인사순서가 정해져 있는 터에 “기존기득권을 포기해가며 젊은 교사들 끼어들기에 찬성할리 없다”는게 반대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목포소재 북교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설문을 통한 찬성의견과 교원 외 학부모운영위원 전원찬성으로 투표결과가 나왔으나 현직 교장의 반대로 교장공모신청은 물 건너갔다.

이에, 학부모운영위원 박모씨는 “총 운영위원12명중 교원(4명)을 제외한 8명의 운영위원이 찬성한 교장공모신청을 겨우 정년 2달여를 앞둔 현직교장이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형식적인 운영위원회 심의는 왜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직교장이 최종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교사와 학부모, 운영위원회 심의 결과를 존중해야 하며, 교장자신의 찬⁃반 의사를 밝히는 행위로 결정권을 행사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공모신청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학부모 김모씨는 “학생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낙후된 원도심권 학교에 다양한 교육정책으로 소신껏 일하는 교장이 오면 싫어할 학부모가 어디 있느냐”며 “학교에서 조작하는 학부모설문지로 좋은 제도를 왜곡하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교육청관계자는 “학교 자체적으로 학부모 등과 사전협의를 통해 해결할 문제이며, 현교장이 최종결정을 하기 때문에 교장공모를 원하지 않으면 어쩔 수가 없다”며 “학교에서 올라온 서류를 근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해명했다.




기사입력: 2013/01/04 [10:01]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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