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 폭행은 천사의 날개를 꺾는 행위
 
담양소방서 삼계119안전센터장 한상수
▲  담양소방서 삼계119안전센터장 한상수   © 호남 편집국
우리 속담에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이 낫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젠 옛말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웃과 담을 쌓고 보안장치를 설치하고 누가 사는 줄도 모르고 특히 가정이나 직장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이웃집에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119에 신고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유지되지만 동시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주황색 옷을 입은) 해결사 겸 천사인 셈이다. 생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골든 타임을 지키려고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제는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 있는 119가 낫다’라는 속담이 하나 생겨야 될 듯하다.

그러나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대신에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문제이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국민안전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전국의 119 구급대원 폭행이 총 597건이나 발생했다. 이 중 주취자의 폭행이 519건으로 전체 폭행건수의 87%를 차지했으며 보호자들의 폭행은 39건인데, 이 두 사례를 합치면 총 558건으로 전체 사건 수의 93%를 차지한다.

이들에게 강력한 제제가 가해지는지 보면 그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는 술에 취해 자기 통제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아주 관대하며 ‘술에 취해서’ 저지른 범죄는 술에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에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변하는 면죄부가 주어진다. 실제로 구급대원 폭행의 대부분은 주취자에 의해 발생하지만 6%의 사람들에게만 실형이 선고된다.

폭행을 당한 구급대원들은 심리적, 육체적으로 큰 상처를 입는다. 이들의 상처는 단순히 병원에 한 두 번 가는 것으로 치료되지 않고 입원이나 통원치료를 위한 인력의 공백을 야기하고 현장에서의 트라우마는 적극적인 활동에 문제가 된다.

결과적으로 폭행 사건 발생 시 가해자도 충분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 119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된 다른 사람이 받을 구급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 생명 지킴이 119 구급대원들을 폭행하는 사람들은 천사의 날개를 꺾는 사람들인 것이다. 하나의 생명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폭행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

소방기본법 제 50조에는 화재진압, 인명구조 또는 구급활동을 수행하는 소방공무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으로 소방대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시민들에게 충분한 경고가 될 만큼 무거운 벌이지만 실제로 적용되는 일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2014년 6월 전남여수 소방서에서 소방특별사법경찰관의 수사로 소방관 폭행사범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벌금 300만원 형으로 종결 되었다. 이는 법에서 제시한 것에 못 미치는 벌금으로 분명한 솜방망이 처분이다.

이러한 처분은 폭행범으로 하여금 뉘우치고 반성하기보다는 다시 한번 폭행 사건을 재발할 수 있는 소지를 제공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살아가다 보면은 당연히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모든 사람들의 모든 실수를 처벌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은 단순히 한 두 사람에게 실수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구급대원은 공공에 대한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들에 대한 폭력은 공공 안전에 대한 폭력이다. 국가는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일부 몰지각한 이들에게 내리는 벌의 강도를 약화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5월 8일 경기도 양주소방서에서 술에 취해 여성구급대원을 폭행한 혐의로 최모씨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한 건에는 강력한 처벌을 기대해 본다.

119 구급대는 각종 재난 재해 현장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환자를 치료하고 보호하는 우리 시민들의 천사이다. 정부에서부터 구급대원 폭행범에게 강력한 처벌이 내려질 것임을 확실히 발표하고, 해당 법 규정을 ‘몇 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개정한다면 구급대원 폭행사범의 수는 현저히 줄어 들 것이라 확신한다.

더 이상 날개 꺾인 천사가 나오지 않기를 희망하며, 꺾인 날개를 치유해 줄 시스템도 갖추어져 다시 하나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서 구급대원을 보호해주어야 한다.





기사입력: 2015/05/14 [15:15]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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