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담론] 호남정치, 안녕하십니까?
 
편집국장/전목포대겸임교수 양지승
▲ 양지승  편집국장/전목포대겸임교수  © 호남 편집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이 어지럽다. 언론에서는 문재인 대표에 대한 일부 여론조사를 들어 호남민심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떠났다고 호들갑이고 한켠에서는 호남민심을 대변할 신당을 만든다고 부산하다. 이는 호남의 다수가 지지한 제1야당이 극심한 내홍에 빠져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최근의 선거결과를 보면 호남인들이 새정치연합에 지속적인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아마도 새정치연합이 정체성을 상실하고 수권능력도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위기감을 느낀 호남지역 의원들은 당의 단합과 총선승리를 위해 문재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반대쪽에서는 호남의원들도 물갈이 대상이라고 반박한다. 참으로 어지러운 형국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 야당의 사정이 어지러운 것이지 호남 유권자들이 어지러운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호남은 일관되게 추구해 온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호남인들은 그러한 정신을 실현시켜줄 대변자를 찾아왔고 때로는 직접 나서기도 했다. 호남은 지금 대변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호남민심이 어지러운 것이 아니라 대변자를 찾고 있는 과정인 것이다.

그렇다면 호남의 정신이란 무엇일까. 필자는 그것을 평등과 정의, 그리고 그것을 실현시킬 저항정신이라고 본다. 곡창지대였던 호남은 역사적으로 침탈의 대상이요 저항의 전쟁터가 되었던 경험이 많다. 조선시대의 수탈과 환란에 대한 저항, 그리고 식민지시대 일제의 억압과 이에 대한 투쟁이 그랬다. 이른바 근대화시대를 거치면서 국가로부터의 소외도 경험했다. 끊임없이 가해지는 핍박 속에서 호남은 평등과 정의를 추구하면서 저항해 온 것이다. 단지 이러한 배경에서만은 아니겠지만 호남의 정신은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고 그것은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로 이어졌다.

그런데 지금의 야당에는 이 같은 호남의 정신을 구현해 줄 인물이 있는가? 평등과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지켜줄 정치인이 있는가? 야당 권력에 안주하고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눈치보는 자들만 가득하지는 않은가? 호남은 지금 이런 물음을 정치권에 던지고 있는 것이다.

호남정치를 말하면 혹자는 지역주의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호남정치를 비난하는 자들은 영남패권정치를 더 크게 비난해야 한다. 호남정치는 영남패권정치에 대한 방어기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균형을 잡아야 바로 선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면 위태로워진다. 대한민국이 균형을 잡고 발전하기 위해서도 호남정치의 성장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 호남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호남의 다수가 지지하는 정당에도 야당 패권을 노린 수 싸움만이 난무하는 듯 하다.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한 가지 덧붙이고자 한다. 호남정치의 진정성은 호남이 찾는 정치인이 지역출신일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과거 대선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을 보면 알게 된다. 호남은 정치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해 줄 대변자를 찾고 있는 것이다. 호남정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기사입력: 2015/11/30 [13:04]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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